[이슈추적]수능 출제위원 선정 논란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15분


11월15일 치러지는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 고교 교사가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교수와 교사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교수들은 교사들의 수준을 못 믿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교사들은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수험생인 고교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출제위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 교사 출제위원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출제위원장단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출제위원 선정〓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현재 출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평가원은 이미 출제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을 극비리에 마치고 출제위원을 교섭하고 있다. 수능 일정상 이달 10일까지 구성을 마쳐야 한다.

출제위원장단이 출제위원의 2배수를 추천하고 평가원이 1배수를 더해 양자가 3배수 가운데 협의해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출제위원 선정 절차다. 평가원은 출제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정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으나 출제위원장단이 출제위원 선정에 결정적인 입김을 행사한다.

올해는 언어 수리탐구 사회 과학탐구 외국어 등 4개 영역에 제2외국어가 선택 과목으로 도입돼 출제위원은 130여명, 검토위원은 7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출제위원〓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고교 교사 4명이 사회탐구 영역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이전까지 교사들은 출제된 문제에 대한 검토위원으로 참여했었다.

평가원측은 지난해 교수들을 간신히 설득해 이들을 출제위원에 포함시켰다. 일단 지난해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에 올해는 쉽게 교사들이 출제위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도순(朴道淳)평가원장은 “올해 자문위원회 등을 열어 보니 교수들 전원이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선정하는데 반대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주장〓교수들은 교사들의 참여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교사가 포함되면 출제위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박사학위도 없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문제를 맡기느냐”며 교사들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교수들은 교사들이 좋은 문제를 낼 수 있는 자질이 부족하고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출제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입시 기관들이 출제위원을 지낸 교사들을 유혹, 참고서를 쓰게 하거나 특강 등을 통해 상업적으로 교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교사의 반발〓유능한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징발’하면 해당 학교의 수업에 차질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교사들은 교수들보다 교과과정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 교사들은 수능의 출제 기본 방침이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있다면 교사들이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총 조흥순(曺興純)홍보실장은 “인문계고 교사 가운데 박사가 583명, 석사가 1만6031명이고 석박사과정 수료자도 있어 교수들의 ‘자질 논쟁’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측은 “제2외국어도 도입돼 교사 출제위원을 지난해보다 더 늘릴 방침”이라며 “교사들이 배제될 경우 교사들의 반발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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