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심규선/60만 재일교포의 당연한 요구

입력 2000-09-21 19:09수정 2009-09-2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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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자민당 간사장은 20일 "일본의 식민지배 시대에 강제로 일본에 연행된 사람들과 그 자손들에게만 지방참정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는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주는데 반발하고 있는 자민당내의 반대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타협책이다. 참정권을 외국인 모두에게가 아니라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영주외국인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재일한국인과 북한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반대론자들은 여전히 전쟁에 대한 보상과 지방참정권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공방을 보며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지방참정권 부여와 전쟁보상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이는 일본이 과거에 대해 분명하게 반성하고 사죄했을 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식민지 시절 일본은 '내선일체' 라며 숱한 한국인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러고도 일본은 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한국인들이 일본국적을 잃었다고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했던 '악행' 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일본이 뭘 잘못했느냐 '는 우익들의 주장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문제는 60만명이나 되는 한국인들이 왜 일본에서 살게 됐는지에 대한 이해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그 경위를 인정하면 해답은 저절로 나온다. 재일동포들의 지방참정권 요구는 결코 구걸이 아니다.

참정권 부여에 찬성하고 있는 사민당은 20일 간부회의를 연 뒤 노나카 간사장의 제안을 다른 의미에서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당론 통일이 안된다고 편법을 써서는 안된다는 질책이었다.

심규선<도쿄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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