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줄잇는 결혼 "청춘남녀 마음을 잡아라"

  • 입력 2000년 9월 19일 18시 51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모두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철 날씨를 만끽하겠지만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청춘 남녀의 마음은 더욱 설레기 마련.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광고업계 역시 이같은 대중 심리를 간파, 결혼을 주제로 한 광고물을 쏟아내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IMF 이후 적체된 결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년보다 10만쌍이 더 늘어난 50만쌍이 결혼할 전망.

오리콤 관계자는 “혼수시장이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 결혼하는 사람들의 70% 가량이 9월부터 11월사이 가을에 예식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결혼 주제 광고로는 삼성카드와 보르네오가구, 하이마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여심(女心)뿐만 아니라 광고도 가을을 타는 셈이다.

먼저 톱탤런트 고소영과 ‘대머리’가 돋보이는 인기가수 구준엽이 등장한 삼성카드 ‘E머니’편은 결혼식장에 선 신랑신부의 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E머니를 친근하게 인식되도록 기획된 광고다.

주례사 도중 신부가 엉뚱하게도 “호텔이랑 비행기표 해결했어?”라고 묻자 신랑은 조심스럽게 “E머니로 해결했어”라고 대답하는 장면으로 해프닝이 시작된다. E머니를 ‘이모님’으로 잘못 알아들은 신부는 이내 E머니의 실체를 알아챈다는 내용. 주례의 ‘뭐니뭐니해도’라는 목소리와 오버랩핑돼 마치 ‘머니머니해도 E머니’처럼 들린다. 삼성카드측은 “신성한 결혼식을 코믹하게 처리해 E머니의 일상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랑하고픈 남자의 대명사로 떠오른 유지태와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하늘을 출연시킨 보루네오가구 광고는 청춘 남녀의 결혼심리를 충동질한다는 평가.

영화 ‘동감’의 남녀 주인공을 그대로 등장시킨 패러디 광고로 가구를 매개체로 전혀 알지 못하는 남녀가 프로포즈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혼시즌 가구광고하면 늘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부부 모델이 연상되지만 이 광고는 평범한(?) 남녀간의 사랑이 싹트는 것으로 잔잔한 느낌을 전해준다.

전자유통업체 하이마트 광고는 얼핏 보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신세대와 구세대 인물을 통해 신뢰감과 편의성을 강조한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꼼꼼하게 혼수목록을 챙기는 고소영과 이를 받아적는 예비신랑이 가벼운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후한 멋이 풍기는 전 삼미그룹 부회장 서상록씨가 웨이터로 등장, 하이마트에 가면 고민끝이라는 해답을 던진다. 촬영장소가 당시 파업중이었던 L호텔이라는 점도 흥미거리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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