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日―러의 영토 분쟁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2분


도쿄 거리에서 ‘북방 영토를 되찾는 날이 평화의 날’이라는 구호를 더러 보게 된다.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는 4개 섬을 되찾자는 일본인들의 다짐이다. 일본의 홋카이도 북쪽 해역의 섬, 에토로후토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가 바로 문제의 땅이다. 이번에 일본은 공식방일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4개섬 귀속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강한 러시아’ 기치를 내건 푸틴이 고분고분 양보하지 않으리라던 관측대로다.

▷4개섬은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지면서 옛 소련에 넘어가게 되었다. 연합국은 43년 카이로선언에서 ‘폭력 등으로 약취한 모든 지역에서 일본을 내쫓는다’고 했었다. 이어 45년2월 얄타 비밀협정에서 미 영 소는 ‘일본 점령하의 사할린 남부와 인접 섬들을 소련에 반환한다’고 서로 약속했다. ‘에토로후토 구나시리 등이 본시 러시아령인데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에 빼앗긴 것’이라는 소련의 주장이기도 했다.

▷일본은 50년대 초 소련을 향해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4개섬 중 홋카이도의 코앞에 있는 시코탄과 하보마이는 예로부터 일본 땅이지 않느냐는 호소였다. 56년 양국 국교회복 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후’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을 양도받는다는 합의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조약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세월이 마냥 흘렀다. 구 소련에 비해 러시아 정부는 영토문제에 보다 유연한 자세다. 이번에도 ‘해결은 안됐지만 대화는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중국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명 센카쿠열도)문제로 다투고 있다.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의 이 무인도를 둘러싸고 일 중 대립은 날카롭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긴 다음해인 1895년 이 섬을일본령으로 편입했다. 전후 미국이 오키나와와 함께 점령했다가 72년 일본에 돌려주어 현재 일본의 ‘실효적 점유’상태다. 그러나 중국도 자국영토임을 천명한지 오래고 양보할 기색이란 없다. 우리가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시비까지 합치면 일본은 이웃들과 ‘예외없이’ 영토문제로 다투고 있다. 한결같이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얽힌 것들이다.

<김충식 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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