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또 경질…” 참담한 교육부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국민의 정부 2년 반 만에 장관이 4명이나 바뀌었습니다. 본업은 제쳐놓고 장관의 신상 문제를 해명하러 뛰어다니느라 정신 없으니 도대체 교육개혁은 언제 합니까.”

도덕성 시비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이 경질된 30일 교육부 직원들은 장관 이임식장을 나서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올 1월 임명된 문용린(文龍鱗)장관이 7개월도 못돼 도중 하차했고 부총리감인 송장관마저 24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바람에 이날 교육부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교육부는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다. 부처 위상도 부총리급으로 높아진다. 그래서 그동안 다른 부처에 밀려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던 ‘설움’을 면하게 됐다며 직원들은 의욕에 차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 직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 전 교육부장관만큼은 자주 바꾸지 않겠다며 ‘교육대통령’을 강조했는데 흠이 많은 인사를 임명해 일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8·7개각 나흘 전 장관후보의 하마평이 무성할 때 성명서를 냈다. 그 중엔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중국적 문제자’ ‘교육을 시장경제 원리로만 보는 인물’ 등의 표현은 송 전장관을 겨냥한 것이었다.

정치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이런 문제 제기는 무시됐고 송 전장관은 청와대의 낙점을 받아 오늘의 ‘불씨’를 만들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각료로 임명해 의혹이 제기되고 도덕성 시비로 허송세월을 하는 동안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뿐이다. 장관이 자주 교체되면서 교직발전종합방안, 국공립대 발전방안, 교육재정 확충 등 교육부의 주요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교육부장관은 백년대계를 끌고 나갈 수장이다. 이제 우리도 초등학생 앞에서 떳떳하게 연설할 수 있는 교육부장관을 모실 수는 없을까.

이인철<이슈부>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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