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week]김동률 2집 [희망]

  • 입력 2000년 8월 24일 10시 21분


▶ 한 꺼풀의 옷을 벗고 다시 태어나다.

'희망'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것을) 이루거나 얻고자 바라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힘들어 지쳐있을 때, 어떤 희미한 빛조차 찾아 볼 수 없어 그냥 멍하니 맥을 놓고 있을 때 '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 먼 곳의 이야기다. 하지만 반대로 희망을 찾는 것은 너무나 쉬울 수 있다. 당신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도 희망은 존재하며, 영화 속 가슴 저리게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에서도, 그리고 그의 노래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희망은 체념, 절망과는 아주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체념과 절망이 있기에 비로소 희망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김동률이 근 2년만에 [희망]이라는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면서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는 전람회 때부터 작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까지 많은 이들에게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된 음악을 선사했다. 전람회는 갈증난 가요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었고, 전람회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가슴 떨림을 주었다. 이후 그에게는 '전람회풍 음악','김동률풍 음악'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런 찬사들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보여지길, 느껴지길 원한다. 솔로 앨범을 발표한 지, 2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는 예전의 모습과는 조금 변해 있었다. 조금 다른 옷을 갈아입은 김동률로.

이번 앨범에는 전람회 김동률보다는 김동률이라는 이름 석자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앨범 안의 가부좌를 하고 앉은 그의 모습이 이번 앨범에서 그가 보일 음악을 살짝 얘기하고 있고 앨범 속의 노래들을 궁금하게 한다. 2집 [희망]을 감상할 때는 한 곡 한 곡에 극적인 요소를 부여하면서 노래를 감상하자. 마치 자신이 슬픈 영화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타이틀곡인 '벽'은 멀리 떨어져있는 연인들의 가슴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보고싶어도 만날 수 없는 연인들, 힘들어하는 여자와 힘든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는 없는 남자의 마음을 그는 송곳으로 가슴을 콕콕 찌르듯이 잘 표현하고 있다. 버클리에서 함께 유학 중인 양파와 함께 듀엣을 한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 역시 한 편의 단편영화를 연상시키듯이 찍어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그리고 김동률의 섬뜩하고 파격적인 사운드가 귀를 이끄는 '악몽'. 주로 편안하면서 감성적인 가사를 다루던 김동률의 이전 노래들과는 다르게 '악몽'은 옆에 누군가가 와 서 있을 것 같은 무시무시함을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많이 울려 퍼질 것 같은,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크리스마스 선물', 뮤지컬에 쓰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한 여름밤의 꿈' 등 그 동안 그가 하고 싶었던 노래들을 일기를 기록하듯이 하나 하나 기록해 좋았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서 김동률의 변화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곡들은 '윤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자에 앉아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슬픈 눈을 가진 여인이 생각나게 하는 '윤회'는 무엇보다 그가 하고 싶다는 영화음악이 어떤 것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뒤를 잇는 '뱃놀이'와 '굿'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되어진 '염원'은 그가 이제 한 장르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 귀가 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동명의 곡인 '희망'은 1집 스타일과 비슷하지만 더 웅장해진 분위기가 듣는 이의 마음을 덜컹 내려앉게 한다. 그 외에도 김동률의 장난스러움이 느껴지는 '모험', 스윙 발라드 '편지', 처음으로 시도하는 R&B인 '2년만에', 노래 속의 주인공이 궁금해지는 '프로포즈' 등 다양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물밀 듯이 다가오는 슬픔은 이전 앨범보다 더 진해졌고, 그 슬픔을 적당한 곳에서 절제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가 지금 유학 중인 이유 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나이와 함께 머리 속의 수많은 생각들이 그를 진정한 뮤지션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지.

많은 이들은 김동률의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가슴 아픈 사랑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서 따뜻한 위안을 받을 것이고, 그 속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랑이란 이름의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송수연 love41@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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