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출생과 성장]안전면도기 대명사 '질레트'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55분


놀라운 발명은 사소한 일상에서 나오는 수가 많다. 1895년 미국의 평범한 세일즈맨이었던 킹 질레트는 아침잠이 많았다. 늘 급하게 면도를 하다 얼굴을 베기 일쑤였다. 어느날 이발사가 빗을 머리에 대고 삐쳐 나온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모습에 눈이 번쩍 뜨였다. 빗이 막아주니 절대 살갗을 베일 염려가 없었다. 빗에 칼날을 붙인 모양의 질레트 안전면도기는 여기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미국의 브랜드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터브랜드’사가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질레트는 상표가치 8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특한 ‘브랜드 사냥식 인수합병’의 결과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인수하고 막대한 기술개발비를 투입해 넘볼수 없는 1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나가는 전략.’ 오랄―B’ 하면 고급칫솔로 인식되도록 최근 선보인 크로스액션 칫솔에도 약84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을 정도다.

현재 질레트는 오랄―B 칫솔, 파카 만년필, 워터맨 문구, 브라운 가전제품, 듀라셀 건전지 등 일류 브랜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질레트가 브랜드 확보와 유지에 사활을 거는 것은 80년대의 뼈아픈 경험 때문. 81년 1억2000만달러에 달했던 순이익이 86년 회계상 적자만 면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자 화장품 거대재벌 레브론사가 질레트를 인수려고 발벗고 나섰다. 질레트는 5억6000만달러를 주고 인수계획을 무산시켰지만 회사는 일시적인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질레트는 상표가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이후 전세계의 고급 브랜드를 사냥해 약100년간 쌓은 노하우와 세계화된 조직, 과감한 투자를 통해 최고의 상표로 키우는 고유의 전략을 선보이게 됐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질레트는 1901년 설립돼 현재는 20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는 86년 진출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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