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모아증권 황 혁이사 인터뷰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증권사 배만 불리는 영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잦은 매매를 권하거나 몰래 임의매매를 해 약정을 올리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경영철학입니다.”

5월 출범한 신생 모아증권의 고객영업을 총괄하는 황혁이사(39). 그는 처음 방문한 고객이 “어느 정도 돈을 벌어줄 수 있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위험관리에 치중한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다.

모아증권 영업직원들은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서약서를 작성한다. △매매를 자주 하지 않는다 △상하한 목표를 정해놓고 매매한다 △예탁금의 절반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다 등의 항목이 담겨 있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황이사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듣고 문의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매매를 가급적 자제한다는 영업원칙을 설명하면 아주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모아증권은 한 달에 한 번, 1분기에 3번 정도 매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심해 장기보유와 단기매매 모두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보다는 현금보유 기간이 더 길다. 영업직원 급여도 약정규모와는 상관없이 연봉제를 적용한다.

황이사는 “우리는 100년이 넘는 동안 중산층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며 자리를 굳힌 미국의 AG에드워즈증권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AG에드워즈는 회사의 이익을 앞세울까봐 고유 투자상품을 만들지 않은 증권사로 유명하다.

모아증권은 또 철저한 오프라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면접촉이 가장 낫기 때문. 급속도로 확산되는 온라인 매매에는 앞으로도 진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예탁자산 5000만원 이상 고객만 받아들이는 것도 차별화전략. 지점도 을지로 본점 이외에 강남 2곳 등 3곳만 개설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영업시작 첫 달에 3500만원의 이익을 냈다.

황이사는 “출범 1년 이내에 업계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굳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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