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대법원장의 헌재 재판관 추천 부당"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최고의 헌법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 재판관,어떻게 뽑혀져야 할 것인가.

9월초 신임 재판관 5명의 임명을 앞두고 10일 경실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헌법 학자들은 헌재 소장과 재판관 임명을 규정한 헌법과 인사청문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경원대 법학과 이승우(李丞祐)교수는 먼저 대법원장이 재판관 3인을 지명하는 재판관 추천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문제삼았다.

이교수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가 3인씩의 재판관을 임명 또는 선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대법원장이 동등하게 3인을 지명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통치구조의 근본 이념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헌재 인선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국민의 신임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국회가 모든 재판관을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것.

대다수 토론자들은 현행 인사청문회법의 규정상 헌법 재판관 9명중 국회가 선출하는 3명과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는 헌법재판소장 등 최대 4명만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게 되어있는 점과 관련, 새로 임명되는 모든 재판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청문회가 필요 없는 국회 선출몫 3인은 오히려 청문회를 받고 청문회가 꼭 필요한 대법원장 지명몫 3인은 청문대상이 아닌 모순을 지적한 것.

이석연(李石淵)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미 청문회법이 만들어진 이상 헌법 개정이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의 ‘자격’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재판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교수는 “재판관은 헌법이론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고도의 정치적 통찰력도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오랜 동안 헌법을 연구하고 헌정 현실을 고민한 법학자에게도 예외적으로 법관의 자격을 부여하고 재판관에 임명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호원대 남복현 교수는 94년 김용준(金容俊)소장 부임 이래의 제2기 헌재 활동을 회고하면서 “조세 문제 등 경제문제에는 엄격한 입장을 취한 반면 선거법 등 정치적 사건에서는 국회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등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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