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떠오르는 '칭화방'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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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방(淸華幇)’으로 불리는 칭화대학 인맥이 중국 지도부의 차세대를 이끌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MIT’로 불리는 명문 칭화대 출신의 이들 핵심 엘리트들은 본격적인 중국 경제도약의 시기를 맞아 과학기술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분야의 요직에 포진, 21세기 ‘중국호(號)’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조타수로 떠올랐다.

현재 중국 지도부 가운데 칭화대 출신은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 우방궈(吳邦國) 부총리, 황쥐(黃菊) 상하이시 당위위원회 서기 등이 대표주자. 이들은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함께 현재 중국을 움직이는 상하이(上海)출신 ‘상하이방’의 핵심멤버들이기도 하다.

주총리는 장주석과 함께 현재의 제3세대 지도부를 이끄는 쌍두마차. 중국 경제개혁과 산업구조조정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 후부주석은 지난해 가을에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을 겸임, 장주석의 뒤를 잇는 제4세대 지도부의 중핵으로 떠올랐다.

우부총리와 황서기는 후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차기 지도부를 이룰 핵심 멤버다. 현재 공업담당 부총리로 주총리를 도와 국유기업 개혁을 이끌고 있는 우부총리는 주총리를 잇는 차기 총리로 물망에 올라 있다.

황서기는 그동안 중국공산당 내 실세인 중앙선전부장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정치국 위원 겸 산둥(山東)성 당위서기를 맡고 있는 우관정(吳官正)도 차세대 핵심주자.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쩡베이옌(曾培炎) 주임과 자춘왕(賈春王) 공안부장도 칭화대 출신이다. 올들어 시작한 서부대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쑹바오루이(宋寶瑞) 쓰촨(四川)성 성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신청 등을 계기로 급부상한 우샤오쭈(吳紹祖) 국가체육위원회 주임도 칭화인맥의 핵심들.

경제계에서도 칭화방이 급부상했다. 원로 천윈(陳雲)의 아들로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있는 천위안(陳元), 중국 인터넷산업의 대표주자인 소후(sohu.com)의 장차오양(張朝陽) 수석집행관(CEO), 칭화 퉁팡(同方) 칭화 쯔광(紫光) 등 칭화대 산하 기업을 총괄하는 칭화대학기업집단 총재인 쑹쥔(宋軍)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중국의 과학기술 중시정책에 힙입어 중국 재계의 실력자로 자리잡았다.

칭화방이 중국을 움직이는 ‘그림자 군단’으로 등장하면서 칭화대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중국 고등교육평가연구원은 칭화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베이징(北京)대학을 누르고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랭크됐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혈연 지연 학연 등 각종 인맥이 사회를 이끄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이른바 혈맥을 바탕으로 한 ‘태자당’과 지연을 바탕으로 한 ‘상하이방’이 80, 90년대를 주름잡았다면 이제 시장경제와 과학기술의 대명제 앞에서 이론과 실력을 갖춘 학맥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이 정보기술(IT)산업 등 첨단과학기술 육성을 강조하는 한 칭화대 인맥은 더욱 세를 더해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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