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새 장관 알아맞히기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13분


개각이 다가오고 있다. 장관 같은 큰 자리가 바뀌면 부처 내부도, 거기 이어진 민간부문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누가 물러나고 누가 기용되느냐에 세상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정작 개각 정보는 발표 전에 정확한 것이 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김영삼(YS)전대통령 같은 이는 아예 고위직 ‘낙점’을 할 때는 ‘인사 기밀이 샐 경우 취소한다’고 조건을 달 정도였다. 그럴 경우 누구라도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큰 자리를 헤프게 떠벌리다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YS시절 대법원장 A씨 임명에 얽힌 비화가 있다. 한 신문사는 ‘후보’에 오른 A씨의 아들이 마침 기자로 일하고 있어서 그에게 특종 보도 책임을 맡겼다.

▷그 ‘아들’기자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주변을 밤낮으로 감시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내정 통보를 받은 A씨는 며느리만 따로 불러 엄숙하게 말했다. “남편이 알고 신문에 나면 사법부의 장이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맡지 못한다. 가문을 위해 네가 판단해라.” 주눅이 든 며느리는 남편에게마저 시치미를 뗐던 것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보좌진이 인사 기밀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인사가 발표 직전까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맞히기 어려운 점도 있다. 5공 막판의 국무총리 K씨는 발표 두어시간 전에 발탁된 경우다. C씨로 내정되어 통보까지 마친 것을 비서진이 건의해 갑자기 바뀌었다. YS의 첫 조각(組閣)때도 명단이 구체화되고 발표 하루전 ‘총리 제청’형식까지 마친 상태에서 무려 다섯 장관이 바뀌었다. 내무 교육 보사 체신 총무처 장관 자리를 놓고 대통령과 측근 한두명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질’되고 만 것이다.기자들은 이처럼 정통한 사람일수록 입을 다문 가운데 움직이는 ‘개각 명단’을 포착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장관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뛴다. 여권 실세나 청와대 쪽의 줄을 잡기 위해서 뛰고 신문의 후보자 명단에 끼어들기 위해서도 뛴다고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런 사람들이 실제 장관에 기용되는 예는 별로 없다고들 한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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