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중공업, 변화 안간힘…"실적 좋아도 주가 떨어지면 꽝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3분


현대중공업은 올해 7월부터 시작해 내년 6월에 한 해가 끝나는 ‘이색 달력’을 최근 만들어 협력업체에 돌렸다. 협력업체들은 “선박수주와 수출이 급증하는데 왜 그러지”라며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유관홍(柳觀洪)부사장은 “올해를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새 달력을 만들었다”며 “사소한 일도 변화와 파격을 주자는 의미”라고 임직원 및 협력업체측에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굴삭기와 지게차 등 중장비의 가격과 제원 등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본사 홈페이지와 별도로 개설했다. 중장비 구매 계약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자가 중장비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별도의 사이트를 마련했다는 것.

이같은 시도에 대해 인터넷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중장비 소비자는 대부분 기업이기 때문에 이 사이트는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를 목표로 해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일반인들도 겨냥한 사이버 쇼핑몰을 고집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본사 홈페이지를 포털로 만들면 별도의 사이트가 불필요하다고 조언했으나 회사측은 “어쨌든 지금의 모습에서 달라져야한다”며 끝까지 밀어붙였다.

현대중공업의 파격과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8일에는 정보담담 최고경영자 10명을 공개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이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올해 신설한 정보사업부의 임원급 절반을 외부 인사로 채우는 것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신입사원들을 특별한 주제 없이 무조건 해외 배낭여행을 보내고 차장급에게 3개월 동안의 해외연수를 강력히 권장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조충휘(趙忠彙)사장은 “기업의 체질개선은 시대적 요구이자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경영진은 틈만 나면 “생산과 수출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식 시장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므로 제조업 일변도의 마인드를 과감히 고쳐야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한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매출액 3조원, 해외 선박수주 28억 달러를 기록, 호황을 누려 ‘수출효자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7만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2만원대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기미가 없어 고민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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