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싱크로'에 빠진 김미숙씨 "인어공주됐어요"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20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강실내수영장.

풀장 한켠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3,4명의 주부들이 물속에서 열심히 서로 다리를 맞대고 삼각형 사각형 등 도형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일명 '수중발레'라고도 알려진 싱크로를 배우는 주부들.

싱크로에 푹 빠져 있는 전업주부 김미숙씨(38·서울 양천구 목동)의 말을 들어보자.

"자유형 접영 평영 등 경영은 배울 때는 재미있지만 막상 익숙해지니까 지루해지더라구요.마침 싱크로 강습회가 있어 참가해봤더니 물속에서 거꾸로 서보기도 하고 서로 모여 도형도 만들어보니 훨씬 재미가 있었어요."

김씨가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9년전인 91년.갑상선 이상으로 건강이 악화된 후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풀장에 뛰어들었다.싱크로를 처음 접한 때는 96년.어머니수영 상급반에 다니며 수영에 짜증이 날 때였는데 싱크로 강습회가 생겨 상급반 20여명이 한꺼번에 등록을 한 것.이후 일주일에 서너번은 모여 싱크로 연습에 빠졌다.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 살을 맞대니까 너무 좋더라구요.반드시 서서 하는 아쿠아로빅보다 물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니까 마치 인어공주가 된 느낌도 들고요."

김씨의 큰딸 이연정(11·목원초등교 5학년)은 2일 서울시대회에서 솔로 2등에 오를 정도로 촉망받는 싱크로 선수.

"제가 싱크로하는게 보기 좋았던지 연정이가 2학년 때 자기도 배우겠다고 졸라 곧바로 시켰어요."

결국 엄마가 싱크로 선배가 된 셈이다.

김씨는 "연정이가 싱크로를 배운 뒤로 내딸이 저렇게 '끼'가 있었나 할 정도로 밝아지고 대담해졌다"며 뿌듯해 했다.

김씨는 최근 들떠 있다.싱크로는 적어도 한팀이 8명은 돼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그런데 그동안 사람이 부족해 제대로 작품을 만들 수 없던 차에 최근 팀원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찾은 것.

24일부터 한달간 올림픽싱크로클럽이 한강실내수영장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싱크로 강습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스스로 홍보요원이 돼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싱크로 한번 배워보라"고 권유한다.

정 사람이 부족하면 '맥주병'인 아빠도 끌어들일 생각이란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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