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송희/경인운하 건설 서두르자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21분


교통 통신의 발달과 대외개방으로 전 세계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요즈음도 바다와 강은 자원의 보고로서, 그리고 무역통로로서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태평양시대를 맞아 주변 국가들은 대외무역을 통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경제강국 대열에 들어섰고, 동남아 개발도상국들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북한도 이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국제무대로 나올 태세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중국 북한 동남아국가와의 교류가 확대되면 필연코 서해를 통한 해상교역량이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서해안시대에 걸맞은 교통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완공 단계에 이르러 항공분야는 문제가 없을 것이나 해운분야는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항의 체선율이 심각해 국제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항만을 추가로 건설하자니 부지 확보 등 어려움이 많고 경인간 도로체증이 심해 올바른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물류비가 미국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된다니 수출경쟁력이 날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서 한강과 서해를 잇는 경인운하의 건설은 수도권의 물류난 해소는 물론 나아가 대외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운하건설은 도로 공항 철도 건설 등에 치우쳤던 교통대책의 일대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경인지역 공산품의 수출입은 물론 부산 울산 광양 등의 철강 자동차 컨테이너 등이 서해와 경인운하를 통해 수도권에 반입됨으로써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 등의 내륙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수도 서울이 경인운하를 통해 서해와 연결돼 사실상 국제항구가 되는 셈이다. 유럽 국가들이 내륙운하를 통해 북해를 거쳐 대외무역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머지 않아 서울의 여의도나 압구정 나루에서 관광선이나 여객선에 몸을 싣고 제주도와 평양은 물론 중국 상하이(上海)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되고 한강터미널에서 화물선에 수출품을 선적하게 될 것이다.

경인운하 건설은 역사적으로 볼 때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한강 하류를 통해 영호남의 물자를 서울로 수송하다 보니 사고 등 어려움이 많아 고려시대부터 경인운하 건설이 여러 차례 시도됐다. 한강에서 서해안까지가 18㎞에 불과해 운하건설을 착안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기술적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다가 우리 세대에 와서야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니 감개무량한 일이다.

또한 이 사업은 130만명이 사는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평상시에는 운하로 활용하고 홍수시에는 방수로로 활용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의 사업이 아닌가. 일부에서 생태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경인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으나 사업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대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김송희(숙명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