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인북]'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김기봉 지음/ 푸른역사▼

명민한 독자들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라는 제목과 ‘E H 카의 모던 역사학에서 포스트모던 열린 역사로’라는 부제만 보더라도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학계뿐 아니라 학계 밖의 역사에 관한 담론까지 지배해 왔던” 카의 모던 역사학이 약 40년이 지난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못하며,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열린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의 구성 역시 그런 목적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1부에서는 포스트모던의 역사를 새롭게 열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카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제2부에서는 포스트모던 역사학을 이루는 핵심적 개념의 하나인 ‘언어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제3부에서는 포스트모던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역사학이 나아가야 할 길의 하나로서 역사학이 영화를 왜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검토한다.

과연 역사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지난 몇 년간 역사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쟁점 중의 하나였다. 그것은 열성적인 몇몇 소장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물론, 린 헌트의 ‘문화로 본 새로운 역사’(소나무), 리처드 에번스의 ‘역사학을 위한 변론’(소나무), 케이스 젠킨스의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혜안)와 같은 번역서에 의해 촉발된 논쟁이었다.

이제 국내의 학자에 의해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서적이 출판되었다는 것은, 그 주제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탐색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은 역사학 분야 밖의 일반 독자들과의 만남을 열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겸허한 듯 하면서도 오만하게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평자가 이 책에서 확인한 것은 역사학계 밖의 독자들에게도 현대 역사학의 이론적 정수를 전해주면서 다가갈 수 있는 역사평론으로서 이 책이 갖는 가능성이다. 358쪽, 1만5000원

조한욱(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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