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2010년 첨단상품들]'사이버 뚜'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0분


98년 마이클 보러는 애인을 찾는 일본의 10대들을 위해 ‘러브게티’라는 기계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전파를 이용해 반경 15m 안에서 러브게티를 갖고 있는 사람을 모두 찾아낸 다음 그 사람들이 자신의 주인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싶어할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러브게티가 알려주는 관계의 종류는 모두 다섯 가지로 이야기 나누기, 저녁식사, 춤, 키스, 사랑 등이었다. 러브게티가 발매된 첫 해, 일본에서 200만개가 팔려나갔다.

이제 보러는 미국에서 판매될 새로운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일렉트로닉 큐피드’라는 이름의 이 기계는 러브게티보다 한층 향상된 기능을 갖고 있어서 주인의 성장배경, 취미, 윤리관 등에 대한 정보를 암호로 저장해뒀다가, 주인과 같은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이 검색 범위 안에 나타나면 그 쪽 기계와 자동으로 주인들의 프로필을 교환해 살펴보고 두 사람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 기계는 어쩌면 발매되자마자 시대에 뒤떨어진 물건이 될지도 모른다. 데이트를 알선해주는 웹사이트들이 회원에게 다른 회원이 근처에 나타났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와, 그 회원의 개인적인 정보를 호출기나 휴대전화 등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곧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웹사이트들이 갖고 있는 회원의 개인 정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의 설문지와 회원이 직접 쓴 글 등을 통해 수집한 광범위한 정보가 모두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연애에서 신비로움을 앗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MIT 미디어연구소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사람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통해 수집한 정보로 개인 프로필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테드 셀커는 “우리는 평생의 파트너가 그냥 보기만 해도 불타오르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컴퓨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blindda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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