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할리우드는 왜 女배우를 벗기나"

  • 입력 2000년 6월 29일 18시 44분


옷을 벗는 문제에 관해 여배우라고 해서 남들과 다를 것은 없다. 그들도 남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어색함, 허영심, 불안감, 비참함 등을 느낀다. 게다가 그들은 직업의 특성상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며,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가족과 친구는 물론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기회는 매우 드물었다.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쨌든 매우 난처한 일이기 때문. 1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옳은 일을 하라’에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누드 장면을 찍었던 여배우 로지 페레스는 최근 친구와 동료를 모아놓고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자를 초청해 그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첫경험'땐 정말 싫고 두려워▼

▽로지 페레스〓내가 처음에 이런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 남편 전처 소생의 딸 때문이었어요. 그 애는 지금 열네살인데 웹사이트에서 내 누드사진을 봤다고 하더군요. 그 애 말을 듣고 도대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요즘 잡지를 보면 굉장히 노골적인 사진이 많은데 난 그걸 보면서 이건 여성이 이만큼 힘을 얻었다는 표시일까, 아니면 그냥 잡지를 팔기 위한 전략일까, 이 여자들은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낄까, 아니면 스스로 자신이 여성임을 자신 있게 표출하고 있는 걸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밈 유도비치(기자)〓그럼 먼저 다들 돌아가면서 가장 처음 찍었던 누드장면이나, 아니면 가장 기억에 남는 누드장면부터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페레스〓내 첫경험은 물론 ‘옳은 일을 하라’였어요. 그때 난 그 일이 아주 싫었는데 내 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기도 했고, 촬영장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어요. 스파이크 리가 내 젖꼭지에 얼음을 갖다대는 장면에서 내 얼굴이 나오지 않은 것은 내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덩크슛(원제:백인들은 뛰지 못한다)’를 찍을 때는 아주 편안했어요. 감독도 아주 좋은 사람이었고, 상대역인 우디 해럴슨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을 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여주었죠.

▽사라 제시카 파커〓난 누드 장면을 찍은 적이 없어요. 특별히 도덕적인 이유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에요. 일을 할 때 옷을 벗는 얘기가 나오면 아주 끔찍한 얘기가 오가곤 하는데 난 그런 것들이 옛날부터 이어져온 할리우드식 성희롱이라고 생각해요.

▽앰버 발레타〓난 영화에서는 누드장면을 찍은 적이 없지만 처음 모델 일을 할 때 상반신을 벗은 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요. 내가 열일곱살인가 열여덟살 때였는데 난 그때까지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본 적이 없었던데다 사진가가 아주 비열한 사람이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누드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워졌죠. 하지만 패션쇼를 할 때 상반신을 드러낸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더군요. 쇼에 출연할 때는 그런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산드라 버나드〓엘리자베스 버클리가 주연한 영화 ‘쇼걸’을 보았어요. 제 생각에는 어떤 여배우라도 그 영화에 출연했더라면 버클리와 같은 입장이 됐을 거에요. 애초부터 우둔한 배역과 엉터리같은 영화의 만남이었으니까요.

▽데비 마자르〓난 ‘머니 포 나싱’이라는 영화에서 누드로 출연했는데, 그때 감독이 그런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에 대해 내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정사장면을 찍을 때, 감독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계약서에 아예 누드장면을 찍지 않겠다고 명시를 해요.

▼'아름다운 누드' 잘 표현한 영화도▼

▽페레스〓난 여성의 누드를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영화가 ‘블루 벨벳’이라고 생각해요. 그 영화에서는 누드 장면이 정말 적절하게 사용되었어요.

▽유도비치〓그 영화에서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운동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몸매를 보여줬어요. 80년대 마돈나가 운동으로 다진 몸매를 드러낸 다음부터는 로셀리니 같은 몸을 영화에서 보기가 힘들어졌죠. 혹시 여러분 중에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멸 같은 것을 느끼는 분이 있나요?

▽파커〓난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남자배우들한테는 항상 일거리가 있는데 여자배우들한테는 나이가 들수록 기회의 문이 점점 좁아져요. 어쩌면 성형수술이 그 창문이 닫히는 것을 조금 늦춰줄 수도 있겠죠.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25mag-femalenudity.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