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수익률각서 직원추궁도 '회사나름'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778억원의 구상권을 어떻게 행사할까.’

8조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이 수익률 보장각서를 써준 영업직원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장각서를 써주는 바람에 회사에 손해를 끼친 투신사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서라도 손실분을 회수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직원들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으니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외형경쟁에 눈먼 두 투신사는 주식형펀드를 많이 팔기 위해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연15% 수익률 보장’등의 각서를 써주었다. 주식형펀드는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각서는 불법이다. 그러나 보장각서 때문에 두 투신사가 고객들에게 물어준 돈은 자그마치 778억원. 한투가 550억원, 대투는 228억원의 보장각서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이 일이 발생한 지가 이미 5년이나 지난데다 대부분 직원들이 퇴직한 상태라 이제와서 돈을 물어내라고 강요하기가 무척 곤란해진 것. 당시 지점장들은 회사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평균 수십억원의 돈을 물어내야 하는 형편이다. 개인 재산형편에 비해 회수하기가 힘든 금액인데다 개인의 사회활동을 전면 마비시킬 정도의 충격조치가 된다.

한국투신은 홍성일(洪性一)사장이 “과거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입장. 개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1000만∼2000만원선을 배상하라는 주문이다. 영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에 과거 일로 인해 개인에게 파산조치나 다름없는 구상권 행사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비해 이덕훈(李德勳)대한투신사장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정소송을 해서라도 손해난 돈을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한국투신사장을 지낸 이근영(李瑾榮)산업은행총재는 보장각서를 써준 영업직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회사부실을 키웠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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