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北은 實利챙기는데…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지난달 24∼30일 로마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한다. 미국이 지난해 북한에 약속했던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이르면 이달 중으로 발표되고 미사일회담도 재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맞다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쳤는데 북-미회담을 시작할 여력이 북측에 있겠느냐"고 했던 서울 외교가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여러 외교채널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 북한전문가는 "정상회담은 아태평화위가, 북-미관계 등 외교문제는 외무성이 각각 주도하면서 일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특수관계인 남북문제와 일반 외교문제를 분리해 양쪽에서 모두 '실리'를 추구하고 있음이 로마회담의 성공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정부의 분위기를 돌아보게 한다.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는 방북 대표단에 한 명이라도 더 자기쪽 사람을 넣으려고 '로비전'이 치열하고, 그 과정에서 반목과 질시의 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한국정부의 현안은 오직 남북정상회담밖에 없는 듯하다. 서울의 한 외국소식통은 "현안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도 정상회담 후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 장관도 정상회담 홍보에만 신경이 집중돼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장관은 최근 광주까지 내려가 정상회담을 주제로 조찬 강연을 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남북문제가 곧 국제문제고 외교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서도 북-미회담을 열어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북한의 외교는 왠지 들떠 있는 듯한 우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부형권<정치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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