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섭단체 10석'은 정략적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15대 국회가 헌정사상 가장 실패한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어제 막을 내렸다. 16대 국회는 그같은 전철을 밟지 말고 개혁과 능률, 생산의 정치가 펼쳐지는 장(場)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중심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16대 국회가 막 시작되는 지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여야가 여전히 15대의 구습(舊習)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리당략에만 얽매여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원내 교섭단체 정수 하향조정안이나 인사청문회법 제정 협상을 보면 이를 실감한다.

우선 민주당과 자민련은 6대 국회 때 국회교섭단체 하한선이 10석이었으나 유신 때인 9대 때 20석으로 ‘잘못 증가됐다’며 이를 개정의 근거로 내세우고 다시 10석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6대 국회 때는 의원 수가 175명, 상임위 수가 12개에 불과했다. 273명의 의원에 상임위만 17개인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6대 때의 교섭단체 하한선이 그대로 교과서가 될 수 없다.

더구나 교섭단체 하한선을 낮출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자민련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하기 전에 추진했어야 옳다.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교섭단체 하한선을 낮추려하는 것은 자민련을 위한, 그렇게 해서라도 공조를 유지하려는 민주당의 ‘당리당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뒷거래’설이 나온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인사청문회법 내용도 상당부분 청문회의 원칙과 목적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민주당측 주장대로 청문회를 서면질의 중심으로 진행하고 그 기간도 하루에 한사람씩 끝내도록 한다면 자칫 청문회 자체가 요식절차로 흐르게 될 가능성이 많다. 어떻게 하든 ‘고위공직을 맡을 사람의 모든 것을 검증한다’는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측의 이같은 주장이 단지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의 입장을 배려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는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법은 총리뿐만 아니라 대법원장 등 20여명의 고위 공직을 맡을 사람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이다. 그런 법이 특정인 한 사람을 위해 왜곡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16대 국회는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는 지금과 같은 소아(小我)를 버리고 정치발전과 개혁이라는 대국적 자세로 그 첫 출발을 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