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법률단어 띄어쓰기 읽어 한글 맞춤법 맞춰야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등록취소또는해산된정당의잔여재산에대한국고귀속절차에관한규정’, ‘도시저소득주민의주거환경개선을위한임시조치법시행령’

법률 제목을 읽다 보면 숨이 찬다. 단어사이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3개 이상, 많게는 수십개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글이 한 칸의 여백도 없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법률 제목들을 모두 붙여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제처 법제기획과 이상희 서기관은 “정확한 표기를 필요로 하는 전문용어를 띄어쓰게 되면 문장 속에서 오히려 헷갈리기 쉽고 차지하는 분량도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3년 법령을 처음 만들 당시 띄어쓰기가 없는 일본법을 그대로 따랐고 그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져오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최근 법률의 한글화 표기 운동이 진행되고 실제로 한글로 작성된 법원서류가 일반화되면서 법률 제목도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양대 국문학과 김정수 교수는 “한글의 특성상 단어를 모두 붙여 쓰면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낫표나 따옴표를 사용해 법명의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 주면 법률용어를 띄어쓰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제처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19일 열린 ‘법률한글화추진위원회’에서 법명을 띄어쓰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법조인들은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긴 법명은 실제 많이 사용되지도 않는 데다가 전문용어는 붙여서 하나의 ‘블록’으로 사용해야 쓰기 편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법률제목은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글자들의 모임’으로 계속 남을 전망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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