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송에까지 이른 亂개발

  • 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마구잡이 개발에 시달려온 수도권 일부지역 주민들이 마침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주민들의 이같은 자구노력은 단순히 난(亂)개발에 따른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개발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집단소송이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일원 다른 지자체로까지 확대될 경우 마구잡이 개발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도시계획 결정과정에 시민의견 반영 확대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주민들이 난개발에 따른 피해에 대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편화돼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무분별한 개발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교통난과 환경파괴, 편의시설 휴식공간 부족에서 오는 각종 생활불편은 정부와 지자체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본다.

수도권 난개발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로부터 개발권한을 대폭 이양받은 지자체들이 재정수입을 늘리려고 마구잡이로 개발허가를 내주게 되면서 수도권의 공간구조, 인구와 산업배치 등 균형개발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정부 정책의 실패와 투기적 수요, 그리고 개발업자의 지나친 이익추구가 ‘입지 불문’‘환경평가 불문’‘교통영향 불문’의 난개발을 부추겼다. 뒤늦게 정부가 수도권 난개발을 막는답시고 몇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더구나 준농림지 용도변경 권한을 일선 시군에서 경기도로 이관토록 한 것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 안에서는 음식점과 러브호텔 신축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토록 한 조치 등은 근본대책이라기보다는 대증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수도권 난개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대한 기본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하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전에 환경영향평가부터 실시하는 이른바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신도시를 개발해야 하는 경우에도 신도시 입지의 적합성, 도시간 기능의 보완성 등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난개발의 부작용과 폐해는 주민의 생활불편과 삶의 질 저하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이용의 비효율로 국가경쟁력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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