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들 "한박자 쉬고"…순매도 강도 갈수록 높아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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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세인가, 한국증시 이탈인가.’

이달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팔자’로 나오면서 이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시각이 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외국인은 4월들어 24일까지 거래소에서 18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특히 지난주에 136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갈수록 강도를 높이는 양상.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월간단위로는 7개월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주 931억원을 비롯, 4월들어 지금까지 모두 175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순매수를 한 날이 6일에 그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극적인 모습.

선물과 옵션시장에서도 총선이후 외국인의 포지션은 전체적으로 매도나 풋포지션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외국인의 국내증시 참여창구인 외국증권사중 영향력이 강한 모건스탠리딘위터와 워버그딜론리드가 이달중순과 3월말에 각각 한국 투자비중을 축소할 것으로 권고한 바 있다.

‘이런 모든 정황증거를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움직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장세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중립 또는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증권 현정환대리는 “최근 2주동안 현물시장 매매규모(매도+매수)가 평소의 70%가량으로 줄어들었지만 이 정도를 갖고 투자비중 축소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내외여건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위험관리 차원에서 관망세를 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책임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총선이후 누적순매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종전 평균누적잔고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미결제약정 규모도 평소의 3분의 1정도로 줄어들어 큰 의미가 없는 규모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옵션시장에서는 총선직후 3일간 풋옵션 순매수잔고가 콜옵션 잔고보다 커져서 일시적으로 비관적인 장세 인식을 보여줬으나 곧 콜옵션 매수가 크게 늘어 최근 중립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실제 거래에서 관망 또는 중립으로 돌아선 것은 ‘나스닥 조정’이라는 외풍 이 외에 제2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융불안 우려가 커지고 정부가 무역수지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율방어에 나서면서 국내투자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기본입장은 ‘저금리기조속에 금융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원화강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킬 경우 저평가된 현물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외환시장에서 환차익 챙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같은 기본전제가 최근 깨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동희 책임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선물시장에서의 미결제약정의 추이에서 알 수 있다”며 “치열한 공방전 끝에 선물시장에서 미결제약정이 대규모 순매수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면 외국인들이 다시 적극적인 매수로 나온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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