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교통선진국]전자제어 신호체계/교통량 대응 늦어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09분


“서울 한남대교 남단 지역은 시속 5㎞의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통체증이 심해지면서 매일 아침 교통방송을 들으며 출근하는 것이 일상화 한 것도 이미 오래 전.

도로를 새로 만드는 것이 교통체증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겠지만 그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매년 차량은 15%씩 느는데 비해 도로 개설은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교통관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체증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교통관제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지방경찰청. 주요 한강다리와 시내 병목지점 117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한 뒤 교통방송 등을 통해 교통흐름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교통관제시스템의 핵심은 신호등을 이용한 효율적인 통행량의 처리. 현재 서울시내 신호시스템의 90% 이상은 전자제어연동신호시스템으로 돼 있다.

이 시스템은 각 시간대별로 신호주기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신호가 바뀐다. 3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교통량을 체크해 신호주기를 정한다. 보통 1대의 전자제어신호시스템에 16개의 신호등이 연결돼 주신호가 바뀌면 다른 곳의 신호가 따라서 바뀐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량에 대한 대응속도가 늦다는 것이 단점.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유지 보수에 돈이 많이 들고 고장도 잦다. 특히 비가 내릴 때면 고장률이 평소보다 최고 5배 이상 높아진다.

경찰 관계자는 “비가 올 때 도심의 신호등이 무더기로 고장나는 것은 전자신호제어기와 지방경찰청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케이블에 빗물이 스며들어 누전이 되기 때문”이라며 “서울시내 전자신호제어기 2293대 중 절반 이상이 내구연한(10년)을 넘겨 교체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전자신호제어기 대신 ‘신(新)신호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신신호시스템은 도로 밑에 검지기를 달아 차량의 흐름을 1000분의 20초 꼴로 탐지해 교통량에 따라 자동으로 신호를 바꿔주는 방식.

서울경찰청은 97년 남부순환로 양재대로 영동대로 강남대로 등 61곳에 신신호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8월까지 테헤란로 등 82곳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도로교통안전협회가 98년 3월부터 99년 2월까지 신신호시스템 도입 이후 이 일대의 교통흐름을 조사한 결과 운행속도가 설치 이전인 96년보다 약 19.5%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교통발전연구실 이철기(李鐵基·40)박사는 “약 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시내 전지역에 신신호시스템을 깔면 교통개선효과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각자 교통관제시스템 설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1월부터 SK LG 등 민간기업 등과 함께 남부순환로와 언주로 2곳에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가변전광판을 설치해 인근 지역의 교통정체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경기 수원시도 동수원사거리를 중심으로 신신호시스템은 물론 CCTV 가변전광판 동영상전광판 등 최첨단 교통관제 및 정보시스템을 설치,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교통개발연구원 문영준(文榮俊)박사는 “교통속도를 20% 높이려면 도로를 지금보다 배 정도 늘려야 하지만 관제시스템을 주축으로 한 도로지능화사업(ITS)을 실시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진녕(지방자치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지방자치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자문위원단(가나다순)〓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지광식(건설교통부 수송심의관)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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