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문애령/'우리춤 뿌리찾기' 공연을 보고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창무예술원이 주최한 ‘우리춤 뿌리찾기 기획공연’(4월7∼1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포스트극장)은 올해 세 번째로 열렸다. 한 무용가가 전통과 창작을 같이 하는 공연형식으로 매년 8명이 이 실험에 참가해왔다.

무용작품 창작에서 이같은 뿌리찾기 방법이 유일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몇몇 작품에서는 단순히 전통춤과 창작춤을 한 무대에 올리는 작업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통춤의 기원, 춤사위, 내용, 음악, 구성 등이모두 창작의 주제가 됐다. 집요한 탐구력을 전제로 전통춤은 새로운 춤의 좋은 소재였다.

정혜진은 ‘태평무 신맞이 2000’을 창작했다.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왕십리 당굿에서 유래한 ‘태평무’를 분해한 결과, 새로운 춤은 이름없는 한 무녀의 신명풀이로 변했다. 왕비의 화려한 제례복식 대신에 헐렁한 원피스를 입었고, ‘태평무’의 특징인 발디딤의 촘촘한 기교는 온몸으로 퍼져 즉흥적인 흥겨움으로 변했다. 두 춤을 연결시킨 맥은 무대에서 연주된 타악기 협주였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윤여숙은 ‘강태흥류 산조춤’을 바탕으로 창작춤 ‘결’을 만들었다. 전통춤의 아름다움은 호흡을 끊지 않으면서도 정지와 맺음을 보이는 절제미에 있다. ‘결’은 이같은 춤사위의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졌다. 움직임은 전통춤 보다도 느렸지만, 조용한 호흡이 큰 동작보다 강한 힘으로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특히 축하공연이 화려했다. 90대의 김천흥선생과 70대의 김진걸선생, 60대의 박명천선생, 50대의 김매자, 김숙자선생이 한국무용의 역사를 춤으로 설명했다. 김천흥의 ‘춘앵전’과 박병천의 ‘진도북춤’은 각기 궁중과 민속의 전통춤이다. 이 전통춤이 김진걸 대에 이르러 신무용의 소재가 됐고, 김매자가 춤춘 황무봉 작 ‘잔영’처럼 현대 한국무용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김숙자의 춤에서처럼 다시 그 형태를 파괴하려는 의욕이 생겨난 것이다. 춤의 역사 가운데 우리가 혹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문애령(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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