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제3시장 아직 멀었다"…전환사채 발행 공시 않아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제3시장 일부 기업들이 지정을 받기 전에 막대한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도 이같은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일반투자자 보호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는 채권 전환가격이 거래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아 기업의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결과마저 낳고 있다.

▽투자자는 안중에 없다〓한국웹티브이와 환경비젼21 타운뉴스는 3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16억원과 3억원 1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각각 발행했다. 한국웹티브이는 한달여 간격으로 두 차례 채권을 팔았다.

한국웹티브이는 2월 2일과 3월 23일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고 환경비젼21은 지난달 29일부터 주식 전환이 시작됐다. 이 시점은 해당 종목이 3시장에서 거래되기 직전에 해당하는 것. 타운뉴스는 6월 중순부터 전환권이 행사된다.

그러나 이들은 지정받을 때 이 점을 공시하지 않았다. 다량의 주식이 시장에 나와 주식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일반투자자들은 이를 모르고 비싼 값에 주식을 매입한 상황이 발생한 것.

▽의무공시사항 아니다〓3시장은 부도나 은행거래정지 영업활동정지 상호변경 등만 공시하도록 했다. 자본금 변동상황은 공시항목이 아니다. 더구나 이 사항들을 공시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또 대부분 신생 기업으로 공시에 익숙하지도 않다. 증권전문가들은 “3시장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이나 증권거래소시장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처음부터 공시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주가관리나 투자자보호에 게으르다는 평판을 듣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한국웹티브이와 환경비젼21의 경우 전환권 행사사실을 직접 파악해 공시를 냈으나 ‘때늦은 조치’라는 뒷말만 들었다. 당분간 코스닥증권시장이 3시장 기업들에 공시를 제대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행사가격이 낮다〓한국웹티브이 채권 인수자는 주당 800원(1회)와 1000원(2회)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12일 가중평균가는 9650원으로 당장 주식을 팔면 최고 12배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

한국웹티브이 관계자는 “3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주가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워 공모가 수준에서 행사가격을 산정했다”며 “의도적으로 낮게 전환가격을 결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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