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찬호 "엘스터 고마워"…홈런쇼 2승 선물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프로야구 선수간에도 ‘궁합’이란 게 있다.

선동렬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야마모토와 선발-마무리의 ‘찰떡 궁합’을 뽐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동양인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노리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27·LA다저스)도 초년병 시절부터 동료 타자들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다.

박찬호의 첫 선발 경기인 5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결승 홈런을 날린 게리 셰필드를 비롯, 지금은 다른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라울 몬데시(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등은 박찬호의 경기때면 곧잘 한방씩을 터뜨려줬다.

그러나 이들은 팀의 간판은 물론 미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올시즌 새로 명함을 내민 ‘박찬호의 수호신’들은 전혀 색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새 명물로 탄생한 퍼시픽 벨 파크의 역사적인 12일 개막 경기에서 자신의 첫 한 경기 3홈런의 ‘폭죽’을 터뜨리며 박찬호에게 시즌 2승을 선물한 유격수 케빈 엘스터(36)는 잦은 어깨 부상과 기량 저하로 지난해 글러브를 팽개쳤던 선수.

데뷔 첫해인 86년 뉴욕 메츠에서 데이비 존슨감독과 우승 멤버로 같이 뛰었다는 인연 하나만으로 지난 스프링캠프 때 다저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1년간 방망이를 잡지 않았던 그가 주전을 꿰차고 자신도 깜짝 놀란 한 경기 3홈런을 쳐내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 못했던 일. 엘스터는 5일 몬트리올전에서도 실점과 연결된 실책 1개를 하긴 했지만 공격에선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활약을 했다.

박찬호와 콤비를 맞추고 있는 또 한 명의 선수는 엘스터와 동갑내기인 포수 채드 크루터.

후보 포수인 그는 12일 경기에는 토드 헌들리에게 마스크를 양보했지만 5일 경기에선 전 이닝을 뛰며 노련한 투수 리드로 박찬호의 첫 승을 책임졌다. 공격에서도 5타수 3안타 1타점.

박찬호와 케빈 브라운을 거느리고 있는 거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입김이 작용해 올초 끼워넣다시피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이적한 그이지만 투수 리드와 수비만큼은 헌들리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한편 박찬호는 1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선 6이닝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며 6안타 3실점으로 막아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다저스가 6-5로 승리.

투구수 99개중 스트라이크가 61개, 볼은 38개로 볼넷 2개만 허용해 비교적 제구력이 안정감을 찾았고 평균 자책은 4.50을 유지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매회 주자를 내보냈고 ‘천적’ 배리 본즈에게 2루타와 홈런을 잇달아 맞는 등 ‘왼손 타자 징크스’를 씻지 못했다.

개인 통산 49승째를 올린 박찬호는 17일 오전 5시 켄 그리피 주니어가 이끄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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