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ports]하키선수 왜 폭력적인가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플로리다 팬더스 하키 팀의 피터 워렐은 지난주에 벌어진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상대편 선수가 휘두른 스틱에 머리를 맞은 그가 피를 흘리며 얼음 위에 쓰러지는 대신 제자리에 꼿꼿이 선 채로 화가 나서 날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때린 상대편 선수 스콧 니더메이어를 향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했다. 이날 사건 이후 전국 하키리그(NHL)는 하키처럼 깨끗하고 건전한 스포츠에서 그러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NHL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워렐은 “니더메이어가 스틱으로 머리를 맞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한 번 보라”고 말했다.

워렐이 했던 행동을 용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워렐의 이 같은 말에는 일리가 있다. 만약 그가 정말로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난 상태였다면 그는 손으로 그런 시늉을 하는 대신 무조건 스틱을 휘두르며 니더메이어에게 덤벼들었을 것이다.

니더메이어는 이날 워렐에게 스틱을 휘두른 이후 10게임 출장정지라는 벌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을 더 많이 끈 것은 워렐의 행동이었다. 니더메이어의 폭력적인 행동은 그저 어쩌다가 재수 없이 정해진 선을 넘은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농구선수인 래트렐 스프리웰이 상대 선수인 칼레시모에게 공격을 했을 때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스프리웰은 농구라는 경기 자체가 타락해 버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고,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그의 사진이 도처에 나붙었다. 스프리웰은 통제가 불가능한 X세대와 흑인의 분노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스포츠 문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며칠 전 나는 농구와 하키에 모두 간여하고 있는 한 중요 인사에게 하키 선수들의 폭력이 대체로 용인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싸움은 항상 하키 경기의 일부였다”면서 “어쩌면 우리는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하키 선수들은 영화를 통해 불멸의 지위를 획득했다.

또한 권위 있는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2년 전 폭력적인 하키 선수들을 가리켜 ‘놀라울 정도로 정직하고 귀여운 친구들’이라면서 그들이 ‘NHL 터프가이의 암묵적인 법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다시 말해서 폭력적인 하키 선수들은 폭력적인 백인 문화의 일부라는 것이다.

사실 2년 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그 기사를 쓴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런데 내 아들은 나와 함께 하키 경기를 보러 갔을 때 양복을 차려입은 어른들이 얼음판에서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서 그렇게 즐거워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을 만큼 상식을 갖고 있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ports/hockey/032600hkn-araton-colum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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