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동성/주택조합制 이대론 안된다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재건축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가 다시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주택조합을 둘러싼 각종 비리는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택조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금전수수 등과 관련한 각종 비리가 끊일 새가 없었다. 이처럼 주택조합이 비리의 온상처럼 사회에 비쳐지게 된 것은 분명히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택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비리와 부조리는 궁극적으로 조합원 전체에게 손해를 초래한다. 내 집을 새로 장만하거나 키우려는 서민과 중산층의 소박한 꿈을 짓밟는 사회부조리는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한다.

주택조합제도는 노후불량 주택을 철거하고 신규주택을 건설하여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생긴 것으로 조합을 주택건설사업의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자율적으로 조합을 구성하여 기존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작년 말 현재 조합주택을 시행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조합이 758개, 재개발구역이 149개에 이른다. 아직도 도시지역에는 많은 노후 불량주택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합주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조합 관련 비리는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집행부와 조합주택의 건설을 담당하는 시공사 가 유착해 조합원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제범죄이다.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집행부가 조합원 전체의 이익에 반해 무리하게 사욕을 추구하다 사고를 낸 곳도 있고 시공사가 조합집행부의 무지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부도덕한 시공사는 흔히 적정이윤보다 더 큰돈을 남기기 위해 금품으로 집행부를 매수하려고 든다.

지금과 같은 주택조합 제도에서 조합집행부와 시공사의 공동노력 없이는 조합비리의 근절을 기대할 수 없다. 조합집행부는 시공사의 어떠한 금품공세에도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여 결연한 자세를 취해야 하고 시공사도 정상적인 영업이익만을 추구하는 철저한 기업윤리를 견지해야만 조합비리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터져나온 주택조합 비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따라서 주택조합 비리는 주택조합 제도 자체에서 그 원인과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조합과 시공사가 각종 계약을 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모호한 계약내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갖가지 다툼이 일어난다. 이러한 분쟁을 조기에 해소하고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표준시공 계약서를 마련해 준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장기간 소요되는 시공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는 빈번히 이해관계가 상충돼 분쟁이 자주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해당사자간 자율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를 당사자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기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많은 기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비리의 유혹이 싹트는 것이다. 따라서 분쟁의 조기해결을 위해 정부는 중립적이면서 권한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하여 분쟁을 가급적 조기에 해소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택조합은 주택을 재개발하거나 재건축함으로써 설립 목적이 완료되는 일회용 조직이기 때문에 조합원이나 집행부가 복잡하게 얽힌 이해 및 권리관계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어렵다. 전문성을 가진 시공사에 비하여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마련이다. 조합이 안고 있는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주택조합간의 모든 업무에 반드시 공인된 전문기관의 용역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택조합의 전문성을 확충하고 시공사의 비리 발생 여지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제도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동성(주택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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