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새 국면 맞는 군필가산점/군필-미필자 대결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군필자 가산점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 ‘성 대결’ 양상을 보여온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이 군필자와 미필자간의 문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여군 출신 2명이 교원 임용시험에서 당국이 시험 전에 약속한 군필자 가산점을 받지 못해 떨어졌다며 소송을 내기로 함에 따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중에도 군가산점제 폐지에 따른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위헌결정과 찬반 논란▼

헌재는 지난해 12월23일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는 결과적으로 여성과 신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초래하며 이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와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헌재의 결정 이유였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군복무 의무가 있는 남성들은 크게 반발했으며 이는 곧 남성과 여성들간의 찬반 논쟁으로 이어졌다.

헌재의 결정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제도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일정기간 자기 계발을 포기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라며 “이 정도의 보상마저 없다면 형평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가산점제 폐지를 통해 여성과 장애인,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이유로 군대를 가지 못한 군 미필자의 취업권이 신장될 것”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정부는 헌재 결정 이후 군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올해 안에 ‘국가 봉사경력 가점제도’를 도입해 군복무자의 경우 공무원 시험에서 3% 이내의 가산점을 주고 군미필자도 봉사활동 실적에 따라 최고 3%까지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1월6일 내놓았으나 아직 입법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시험 혼란▼

시험은 헌재 결정 이전에 치렀으나 최종 합격자는 헌재 결정 이후 가리게 된 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우 가산점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행정자치부는 논란 끝에 헌재 결정일 이후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는 가산점을 빼고 채점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때문에 당락이 뒤바뀐 남성들이 소송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12일 경기도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권에 들었다가 군가산점 폐지 결정 때문에 떨어진 남성 28명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또 강원지역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한모씨(27) 등 남성 4명도 10일 강원도 교육감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을 춘천지법에 냈다. 이밖에 100여명의 남자 수험생들이 같은 이유로 소송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

▼여군 출신의 소송▼

여군 출신 2명이 이번주 중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을 내기로 함에 따라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의 본질이 성 대결이 아니라 군필자와 미필자간의 이해대립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지난해 12월12일 경북지역 초등학교 양호교사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가산점제 폐지 결정으로 떨어진 김미옥(金美玉·39)씨는 경북도교육감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대구지법에 낼 계획이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간호장교로 30개월간 복무한 여군 출신. 또 경기도 중등교원시험에 응시했다가 같은 이유로 탈락한 박모씨(30)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의 소송을 맡은 낮은합동법률사무소 이재화(李在華)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헌재의 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재 결정 이전에 군 가산점을 준다고 공고해 놓고 헌재 결정을 이유로 합격자 사정과정에서 가산점을 빼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행정 처분에 대한 소송”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성과 남성의 이해가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송대리인인 윤지광(尹志光)변호사도 “단지 헌재 결정 이후에 합격자 발표가 났다는 이유로 가산점을 인정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오순옥(吳淳玉)정책부장은 “여군 출신의 소송을 계기로 소모적인 성 대결이나 불필요한 감정대립에서 벗어나 군필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책 마련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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