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교육기관들도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해외유학 박람회에는 21개국에서 300여개 학교와 어학연수기관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놀라운 것은 이 행사를 관람한 국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열기다. 이틀 동안 3만명의 인파가 몰려 대대적인 유학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유학을 보내는 가정은 전에는 상류층이 대다수였으나 이젠 중산층에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촌 시대에 해외유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개개인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든 외국이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되는 교육환경을 찾아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국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앞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재를 확보하려면 유학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막거나 제한을 가할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조기유학의 장벽을 없앤 이번 조치는 때늦은 느낌마저 있다.
교육계로서는 유학 열풍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될 일이다. 조기유학이 개개인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우리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은 국내에서 공부시킬 때 들어가는 과중한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유학비용이 그리 비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게다가 빠른 외국어 습득과 국제사회에서의 적응력 배양 등 해외유학이 지니는 장점까지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분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부모들을 교육소비자라고 할 때 이들이 소비자로서 교육비용과 그 효과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우리의 입시위주 교육이 미래에 필요한 창의력 배양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부의 교육개혁 약속에도 불구하고 주입식 암기식 교육은 계속되고 있고 학생들은 세계적인 교육추세와는 정반대로 개성을 잃고 획일화되고 있다. 유학 열풍은 우리 교육서비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교육계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