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인터넷 신흥갑부 속출

  • 입력 2000년 3월 6일 01시 30분


소프트뱅크 테크놀로지 벤처스라는 회사의 동업자인 렉스 골딩은 자신이 지금처럼 부자가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6살짜리 딸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네를 드라이브하고 있을 때 딸이 “저 집이 우리 집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면서 “아이가 승용차 종류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골드먼 삭스 그룹의 중역인 피터 키어난은 지난 해 가을에 아이비리그의 동창 모임에 참석했다가 최근에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하나가 서른이 되면 자가용 비행기를 몇 대나 소유한 부자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인터넷 부자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별장을 사고, BMW를 몰고,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1등석만 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가용 비행기를 몇 대나 소유하다니. 갑부들조차 주식시장이 한 번 들썩일 때마다 자기 주위의 세상이 변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부자들 사이에서조차 가진 자(the haves)와 더 많이 가진 자(the have s'mores)로 뚜렷하게 계급이 나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전에 주식시장에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신흥부자들의 대화에서는 90년대에 자신들보다 더 부자가 된 젊은이들에 대한 시기심이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넬슨 펠츠는 1980년대에 곤경에 처했던 회사들에 투자를 함으로써 많은 돈을 벌었으며 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소유하고 있던 2000만달러짜리 집을 사서 화제를 뿌렸다. 8억9000만달러 상당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거의 10년 동안 ‘포브스’ 지의 가장 부유한 기업 중역 명단에서 빠진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요즘 “나는 한물간 원숭이와 같다”면서 “30억∼40억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펠츠의 세대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의 차이점은 또 있다. 10년 전 펠츠의 세대는 부를 지나치게 과시한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러나 기술 붐 덕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요즘의 젊은 부자들은 새로운 유명인사로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은 수백만달러 상당의 재산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수십억달러 상당의 재산가들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400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 ‘포브스’지에 따르면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 82년에는 13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67명이었다.

그러나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부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을 주시하는 사람들과 언론에 의해 이 신흥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에드워드 울프는 “이것이 부자 열풍을 만들어냈다”면서 “다른 사람들의 재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말했다.

울프교수는 몇 년 동안 미국의 부자들과 이들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00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가구는 6만7700가구에서 35만가구로 늘었다. 또한 새로 부자가 되는 사람들의 나이도 점점 젊어져서 미국 최고의 부유층 1%에 속하는 사람들 중 35세 이하의 젊은이가 5%를 차지하고 있다. 17년 전에는 이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았다.

또한 부의 원천이 월스트리트와 할리우드에서 실리콘밸리로 옮겨가면서 부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맨해튼에 있는 고급 보석상점인 해리 윈스턴에서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인터넷 백만장자들이 다이아몬드로 된 약혼반지를 사느라고 12만5000달러에서 무려 100만달러에 이르는 돈을 물 쓰듯이 펑펑 쓰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에 세계 무역센터의 파티장에서는 한 젊은 부자가 개최한 송년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자정이 될 때까지 계속된 이 파티의 개최비용은 12만달러였다.

물론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 회사의 주식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들은 요즘의 젊은 부자들이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한 때는 자신들도 그렇게 주목받는 위치에 있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기업 연구소의 연구원인 디네시 드수자는 부자들에게 있어 부는 단순히 재산을 나타내는 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산에 대해 느끼고 있는 안정감과 훨씬 더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등장하고 있는 신흥부자들은 대부분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스톡옵션 제도에 묶여 있다. 게다가 이전 세대의 부자들과는 달리 대부분 중산층 출신인 이들은 자신들의 부에 대해 스스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드수자는 젊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장부상의 부에 불과할지라도 일단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 사람은 유명인사가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과 사회의 관심은 너무 빨리 너무 많은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포털 소프트웨어의 창업자 존 리틀은 “20년 후에 지금의 젊은 부자들이 세상에 나가 사회에 기여를 한다면 부자들에 대한 분노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들이 단순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3/biztech/articles/03ric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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