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멕시코의 실패’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1982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처음 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는 긴급경제재건계획을 세우고 즉각적인 금융구조조정과 재정긴축에 나섰다. 그 결과 한때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구제금융 3년차인 85년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총선에서의 승리를 겨냥한 델 라 마드리드정부가 개혁의 고삐를 늦춘 것이 화근이었다.
▷그 해 멕시코의 경상수지 흑자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로 곤두박질쳤고 86년엔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외채도 급증했다. 85년 GDP의 55%까지 떨어졌던 총 외채는 이듬해 82.6%로 늘었다. 이로 인해 물가와 금리가 치솟고 페소화는 폭락했다. 이는 생산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95년 또다시 금융위기를 맞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멕시코의 경제위기는 지금도 진행중이며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훈수와 조언을 서슴지 않았던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마저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4월 총선후의 한국경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장 물가 금리 환율 등의 경제지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작년 하반기에 비해 국제수지나 물가불안요인이 증대된 것이 사실이고 대외여건도 크게 불리해졌다. 구조조정 지연과 개혁이완, 재정 불균형, 노사갈등,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그러나 더욱 걱정인 것은 총선을 앞두고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리면서 경제운용에 있어서의 거시경제목표간의 균형을 잃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IMF 3년차 징크스’는 결코 남의 나라 얘기일 수만은 없다.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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