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이야기]목-어깨/목은 의료사고 다발지역

  • 입력 2000년 2월 24일 23시 46분


“한국의 고속도로엔 늙은 개가 뛰어다녀 문제인 모양?”

1990년대초 고속도로의 ‘노견주행금지’란 표지판을 보고 우리말을 갓배운 외국인들은 “웬 노견(老犬)?”하며 의아해 했다. 1995년 문화체육부가 일본말투 노견(路肩)의 순화어를 갓길로 정하기 전, 학자들 사이에선 길섶 길가 등 다양한 대안이 나왔다.

비록 탈락했지만 ‘길어깨’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길어깨처럼 길에 신체용어가 붙는 낱말로는 길어귀라는 뜻의 ‘길목’이 있지만 두 낱말엔 연관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인체에서 목과 어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붙어있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목이 다치면 어깨가 아프고, 어깨가 다쳐도 목이 아프다.

▼연결기관▼

우리 몸의 ‘컴퓨터’ 격인 뇌를 몸통과 연결하는 목. 7개의 목뼈와 그 사이의 디스크를 힘줄과 근육 등이 지탱한다.

목의 뿌리말인 ‘멱’은 요즘엔 주로 목 앞부분 만을 가리키고 목 뒷부분은 고개 또는 뒷덜미라고 불린다.

목은 경동맥과 무수한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의료사고 다발지역’이다. 동네 성형외과에서 턱뼈 수술을 하다 경동맥이 터져 119구급대가 출동하곤 한다. 목디스크 수술 때는 허리디스크수술과 달리 온몸 또는 반신마비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또 ‘포도청인 목구멍’엔 인두와 후두가 있어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포도청’을 채워준다. 이 부분은 소화기와 호흡기의 초입이기도 하다.

어깨는 다목적 도구인 팔을 몸통에 잇는 연결기관. 쇄골 견갑골 상완골 등의 뼈와 관절 인대 근육 등으로 이뤄져있다.

마음이 편할 때 어깨는 뒤로 처지고 ‘위기상황’에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어깨가 위로 둥글게 되며 이 자세가 쌓이면 구부정해진다.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것은 공포와 안도가 되풀이되는 것”이라며 모든 유머의 바탕엔 공포가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차이▼

여성의 목은 백조처럼 길고 가늘어야 아름답다고 여겨져왔다. 일부 부족들은 지금도 목에 쇠고리를 끼워 목을 늘이고 있으며 일본의 게이샤는 가느다란 목덜미에 목화장을 해서 성적 매력을 강조한다.

여성의 목이 긴 것은 여성의 가슴팍 길이가 남성보다 짧은데다 가슴뼈 꼭대기가 남성보다 낮기 때문. 그러나 남성의 목은 사냥터에서 안전하게 살아남도록 짧고 굵은 형태로 진화했다. 목이 짧고 굵어야 뇌손상이 적으므로. 그래서 권투선수는 목이 굵어야 몸값이 높아진다.

남성의 목에 볼록 튀어나온 후골(喉骨)은 영어로 ‘아담의 사과’(Apple of Adam). 남성의 목청, 즉 성대가 여성보다 길고 소리박스 구실을 하는 후두(喉頭)가 크기 때문에 후골이 튀어 나왔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깔고 얘기하면 목청의 구조가 변해 목소리도 저음으로 바뀌어 배우 최민수처럼 터프하게 “니 꿈은 내가 꾼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단 성대에 혹이나 결절이 생기는 부작용은 각오해야 할 듯.

남자 목소리가 가늘고 높아서 고민일 경우엔 성대를 잘라내면 바리톤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목은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다. 이는 목이 성감대라는 증거. 목은 피부가 얇고 신경이 예민해서 깨물지 않고 입술을 오래 대고 있기만 해도 실핏줄이 터져 ‘키스 마크’가 남게 된다.

한편 남성의 어깨는 여성보다 넓을 뿐 아니라 높기도 해서 아내가 남편에게 기대어 잠들기 좋은 구조.

▼목과 어깨를 튼튼하게▼

머리는 바로 세우고 턱은 안으로 약간 밑으로 당긴 채 가슴과 어깨를 펴고 배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힘을 주는 자세로 지내는 것이 좋다.

사무실에선 되도록 고개를 숙이지 않은채 일하고 틈틈이 ‘목운동’을 해준다. 목을 이리저리 돌릴 것이 아니라, 목을 세운 상태에서 턱을 당겨붙이고 앞 뒤 좌우 네 방향에서 손으로 머리를 밀고 목에 힘을 줘 버티는 것이 운동이 된다.

한방에선 목이 뻐근할 때 엄지를 한 축, 집게와 가운데 손가락을 다른 축으로 삼아서 집게 모양을 만든 다음 뒷목 양쪽의 근육을 가볍게 잡고 10∼20초 정도 아래 위로 눌러준 뒤,목덜미 전체를 똑똑 두드리기를 서너차례 되풀이하라고 권한다.(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어환, 이비인후과 백정환교수, 한강성심병원 정형외과 김석우, 이비인후과 박문서교수)

◇증상별 원인과 치료◇

신경계는 머리와 목에서 어깨 팔까지 연결돼 있어 목에 이상이 생기면 어깨는 물론 머리나 팔까지 아프기 일쑤. 거꾸로 어깨나 손목이 고장났을 때 목이 아프기도 하다. 따라서 목이나 어깨가 아플 때는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우선.

▼목▼

▽경부염좌〓스트레스나 잘못된 자세 등 때문에 근육 힘줄 등이 일시적으로 손상된 것. 푹 쉬면 낫는다. 파스를 붙이는 것도 좋다.

▽목디스크〓목뼈 사이 디스크가 빠져나가 신경을 누르는 것. 목덜미 중간이 뻐근하고 어깨가 묵직하게 아프다. 팔이나 손이 저리고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쉬 피로해지기도 한다. 수술받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므로 웬만하면 물리치료를 먼저 받는다.

▽경추척수증〓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수강이 좁아져 척수가 눌려 아픈 것.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고 쉽게 넘어지며 손동작이 어려워지는 등 뇌졸중의 초기증세와 비슷. 초기에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를 받아 좋아질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수술받아야 한다.

▼어깨▼

▽어깨 자체의 병〓신경의 통증 전달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아픈 ‘근막통증 증후군’, 어깨 관절 주위가 닳거나 염증이 생겨 팔을 움직일 때 삐걱대고 아픈 ‘어깨관절충돌 증후군’ 등이 있다. 증세가 가벼울 땐 찜질하거나 소염제를 바르지만 심할 경우 주사를 맞거나 근육이완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초기엔 파스도 의외의 효과를 가져온다.

▽연관통〓목이 고장났을 때 아프지만 류머티즘의 일종인 ‘섬유근육통증 후군’도 원인. 이때엔 온몸이 아프고 피로하며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동반되는데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장병이나 담낭질환 때문에 어깨가 아플 수도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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