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혈압의 건강학]"높아도 탈 낮아도 탈"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34분


<<날씨가 추운 겨울철은 순환기질환 환자가 두려워하는 계절. 특히 일교차가 커지는 2월말, 3월초 환절기가 되면 혈압의 변화가 심해져 협심증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1999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은 뇌혈관 심장질환 등 순환기질환이 남자 23.19%, 여자 26.62%로 가장 많다. 의사들은 “순환기질환의 대부분은 고혈압과 관련이 깊으므로 혈압만 잘 관리하면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혈압은 심장의 펌프작용으로 혈액이 혈관의 벽에 가하는 힘. 건강한 성인의 혈압수치(㎜Hg)는 보통 120(최고)/80(최저). 50세까지는 여자의 혈압이 남자보다 낮으나 50세가 지나면 역전된다. 호흡주기에 따라 들숨 때는 혈압이 떨어지고 날숨 때는 올라간다. 또 오후 3시에 가장 높고 새벽 3시경에 가장 낮으며 잠잘 때는 떨어진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청진법. 혈압계의 공기주머니를 윗팔에 감고 그 아래에 청진기를 댄 뒤 맥박이 없어질 때까지(보통 최고혈압보다 30㎜Hg 이상) 공기주머니에 바람을 넣는다.

다음 1초에 2∼3㎜Hg 속도로 감압해 박동이 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의 수은주 높이가 최고혈압. 소리가 갑자기 약해지거나 완전히 소실되는 시기의 압력이 최저혈압.

피혈압 치료목표는 140/90㎜Hg 이하. 그러나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고혈압학회는 140/85㎜Hg로 조정(표 참조). 1999년 2월에는 중년층은 130/85Hg 이하, 65세 이상은 140/90Hg 이하까지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혈압이 그 이상이면 혈관에 손상이 생겨 합병증이 발생한다는 것.

‘손상된 혈관’이 뇌혈관이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심장의 관상동맥이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을 일으켜 급사할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은 뚜렷한 증상없이 진행되다가 치명적인 순환기질환을 일으켜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린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원인을 모르는 ‘본태성(1차성) 고혈압’. 나머지 10%는 호르몬 분비나 신장 등의 질환이 원인인 ‘2차성 고혈압’.

▽예방과 치료〓혈압체크는 예방과 치료의 기본. 미국 내과학회가 권장하는 혈압체크수는 정상혈압보다 최고혈압이 1∼8㎜Hg, 최저혈압이 1∼4㎜Hg 이상은 1년에 한번. 최고혈압 9㎜ Hg이상, 최저혈압 5㎜Hg 이상은 2개월에 한번. 그리고 심한 고혈압(180/110㎜Hg 이상)은 1주일에 한번 체크할 것을 권고.

고혈압 판정을 받으면 우선 금연 금주부터 해야한다. 체질에 맞는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원인’을 피하는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요법을 병행해 치료해야 한다. 살이 찌면 모세혈관이 더 생겨 심장이 ‘펌프질’을 더 많이 해야 하므로 혈압이 높아진다. 적당한 운동은 혈압을 낮춰주지만 운동을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하면 혈관이 터질 수 있다.

혈압이 100/60㎜Hg 이하인 경우를 지칭. 저혈압에 속해도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없는 ‘1차성 저혈압’은 특별히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의학계를 제외하면 저혈압을 치료대상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혈관 내벽의 손상이 적어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다른 질환으로 혈압이 짧은 시간에 큰 폭으로 떨어지는 ‘2차성 저혈압’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앉아있거나 누웠다가 일어났을 때 혈압(20/10㎜Hg 이상)이 떨어져 어지럽거나 실신하는 ‘기립성 저혈압’ 등도 원인을 찾아 치료해 줘야 한다.

1차성 저혈압은 아직 원인을 잘 모른다. 2차성 저혈압은 △심한 출혈 △탈수현상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에 이상 등에 의해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고혈압약을 잘못 복용했을 때나 혈관을 수축시키는 신경에 염증이 있을 때, 출혈이나 탈수가 있을 때 등이다.

▽예방과 치료〓1차성 저혈압은 단지 피곤하거나 어지럼증이 있을 경우 달리기 수영 등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2차성 저혈압은 원인 치료를 하면서 혈압을 높여주는 승압제를 쓰기도 한다.

디지털리스라는 심부전치료제가 저혈압치료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 약을 과량투여할 경우 심한 부작용이 있다.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①위장장애가 초래되지 않는 범위에서 염분섭취를 늘리고 ②취침시 머리와 상체를 약간 높게 하며 ③오래 서 있을 때는 다리 정맥혈이 잘 흐르도록 탄력스타킹을 신는 것이 좋다. 가끔 집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이런 것도 아시나요▼

○×로 답하세요.

①추운 곳에 있으면 혈압이 떨어진다.

②피임약이 고혈압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다.

③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고혈압에 걸릴 수 있다.

④팔과 다리의 혈압은 동일하다.

⑤인체중 혈압이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

<답>

①○ 혈관의 혈액 성분중 물이 신체 조직으로 흘러들어가 혈액량이 줄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②× 여성에스트로겐을 함유한 경구피임약을 먹는 여성의 약 5%는 혈압이 다소 상승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심하지 않고 복용을 중단하면 거의 회복된다. 에스트로겐은 심장보호 효과와 골밀도 감소를 막는 기능이 있다.

③○ 최근 독일의 신경학자 브라우네박사팀의 실험결과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 혈압이 5∼10㎜Hg씩 상승한다는 논문이 나왔다. 반론도 있지만 혈압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게 의학계의 중론.

④× 양팔의 혈압은 같지만 다리는 30㎜Hg 정도 높다. 팔 다리의 혈압이 같거나 오히려 다리의 혈압이 낮으면 질병이 의심된다.

⑤○ 가로막(횡격막) 아래 5∼10㎝ 부근의 혈압은 일정하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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