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公薦 (공천)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公이 ‘공평하다’는 뜻을 가지게 된 데에는 까닭이 있다. 八과 '사사로울 사'의 결합인데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八은 두 획이 좌우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으로 본디 ‘상반되다’‘배치되다’는 뜻이었다. 숫자 ‘8’이라는 뜻은 후에 假借(가차)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사사로울 사'는 구불구불하게 ‘제멋대로’ 그린 모습이다. 볏단(禾)을 제멋대로 쌓아 놓은 것이 私(사사로울 사)다.

자연히 公은 사사로운 것 과는 상반된(八) 것을 뜻하므로 公平無私(공평무사), 公辨(공변·공평하게 나눔)이란 뜻을 갖고 있다.

薦은 '해치양 치'가 풀을 먹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중국신화에 등장하는 외뿔 달린 푸른색의 神羊(신양)으로 시비를 가리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인간을 대신해 判官(판관)을 맡기도 했다. 옛날 순임금 때의 법무장관 고陶(고요)가 이 녀석을 이용해 명판결을 남긴 것은 유명하다.

식성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 바늘처럼 가늘면서도 연한 풀만 먹었고 그것도 반드시 사람이 두 손으로 받쳐들고 상전처럼 모셔야 했다. 후에 돋자리 등을 만드는 풀도 비슷한 것을 사용했으므로 薦은 ‘자리’를 뜻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받쳐들고 서 있었다 하여 ‘받들다’‘천거하다’는 뜻을 갖게 됐다. 推薦(추천) 薦擧(천거) 自薦(자천) 他薦(타천)이란 말이 있다.

公薦은 공평하게 추천한다는 뜻이다. 옛날 인재를 등용할 때 지방 행정장관이 적당한 인재를 골라 추천, 천거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요즘 각당이 公薦문제로 시끄럽다. ‘공평하게’ 推薦하는데 왜 시끄러운지 알 수가 없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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