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살아보니/연수구 봉재산 자연부락]

  • 입력 2000년 2월 15일 07시 24분


서해안고속도로 인천항 종점에서 빠져 나와 송도쪽으로 가면 바닷가에 해발 103m의 봉재산이 나타난다.

봉재산 자락에는 동막마을 척전마을 신촌 등의 자연부락 400여 가구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속하는 이곳 주민들은 바다에 나가 바지락 꽃게 숭어 쭈꾸미 등을 잡아 생활하고 있다.

주민 김인순씨(58·여)는 “경운기를 타고 개펄로 나가 한나절 조개를 캔 뒤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유행가라도 한 가락 뽑으면 힘들었던 하루가 씻은 듯 녹아 버린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의 자랑거리는 싱싱한 꽃게. 마을 입구에는 ‘꽃게탕’ ‘꽃게찜’ 등 꽃게 요리를 주로 파는 음식점 10여곳이 성업중이다. 이 때문에 이곳 마을은 ‘꽃게마을’로 불리고 있다.

동막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게는 쫀득쪽득하고 고소한 맛을 내 인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봉재산은 정상까지 오르는데 20분 정도면 충분해 주말마다 가족 나들이 인파가 몰려 들고 있다.

봉재산 정상에 오르면 송도 앞바다와 송도신도시 조성 공사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을 때는 멀리 영흥도 무의도 덕적도 등 인천 앞바다의 섬들도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갖고 있어 인천 도심 나들이에도 큰 불편이 없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연수신시가지의 킴스클럽, 한화마트와 재래시장인 송도시장에서 쇼핑을 한다.

또 인천지하철 종점인 동막역이 있어 서울 나들이나 출퇴근에도 별로 문제가 없다.

이곳에서 3대째 살고 있는 김칠성씨(71)는 “바다를 매립하는 송도신도시 조성공사로 삶의 터전이 자꾸 줄고 있지만 아직 ‘바다가 내고향’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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