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작년 옌볜서 최소 30명 납치…탈북자-선교사 주요대상

  • 입력 2000년 2월 2일 23시 39분


한국국적의 미국영주권자인 김동식목사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런 식의 납치는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일대에서 드물지 않다.

지난해 이곳에서 북한 공작원이 자행한 것으로 파악된 납치사건은 적어도 16건 이상이며 피해자도 30명을 넘는 것으로 관계기관의 최근 자료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북한은 옌볜 일대에서 반북한활동을 하는 탈북자나 탈북자조직, 북한을 드나들며 주민들에게 기독교를 보급하는 선교사, 중국을 떠나 제3국으로 탈출하려는 탈북자 등을 주요 납치대상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민통련’ ‘백리사’ ‘김정일처단위원회’ 등 탈북자조직이 지난해 와해되거나 노출됐다.

북한은 한국의 친척과 연계해 한국으로 탈출하려 한 임인숙(56) 전선희(32) 최충성(6) 등 탈북자 일가족 6명을 지난해 3월 안투(安圖)현에서 납치해 북한으로 데려갔다. 남편을 따라 북한에 간 일본인처 양초옥(58) 등 일가족 4명이 북한을 탈출, 일본 친척과 연계해 국외로 탈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지난해 2월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조선족마을에서 이들을 납치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탈북자조직과 연계된 중국인들도 납치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공작원들은 지난해 2월과 4월 조선족 중국인 석두옥(38)과 조원철을 싼허전(三合鎭)과 투먼(圖門)에서 각각 납치했다.

이들 가운데 석씨는 조사한 뒤 중국으로 돌려보냈으나 조씨는 아직 북한에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인을 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북-중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납치공작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국방위원회)와 보위사령부(인민무력성), 경비총국(사회안전성) 8부 산하의 도 시 군 기관이 수행한다.

북한은 탈북자나 탈북자조직의 반북한활동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공작원을 보내 관련자를 납치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중국 당국에 고발해 북한으로 인계토록 하는 방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납치대상이 탈북자가 아닌 한국인이나 중국인일 경우에는 평양의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공작을 진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은 납치공작을 벌인 시나 군 보위부에서 ‘예심’으로 불리는 1차 심리를 받고 도 보위부 구금소나 집결소로 넘겨져 6개월간의 심리를 또 받은 뒤에 대부분 총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법월경자’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한에 인계되는 탈북자들은 시 군별 강제노동교양소에서 3개월간 강제노동을 하고 귀가 조치되는 등 상대적으로 관대한 조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