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도쿄에서]양일모/'인간'이 빠진 경제학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 '동시대론-시장주의와 내셔널리즘을 넘어서' 마미야 요스케 지음/이와나미 서점 ▼

저자가 말하는 ‘동시대’는 20세기 마지막 10년간의 일본이다. 일본의 90년대는 거품 경제의 붕괴와 함께 시작됐다.미국의 시장개방 요구는 1세기 전 페리 함대가 일본의 개국을 강요하던 사건에 비유되어 일본인의 심리에 굴절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학술방면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놓여있던 시장원리주의와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지식인들의 내셔널리즘 주창, 포스트 모더니즘 등이 어지럽게 분출되었다. 지난 10년의 일본 사회를 돌이켜 보면 결코 희망찬 새천년을 위한 과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60년대 ‘전공투’(전국공동투쟁대회) 세대이며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10년간 일본 사회를 풍미한 담론들이 지니는 경직성과 위험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다. 저자의 비판은 앞선 저작 ‘마루야마 마사오-일본 근대에 있어서 공과 사’ , ‘모럴 사이언스로서의 경제학’ 의 연장선상에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포스트 모더니스트가 일본 학계의 대부인 마루야마를 “해체되어야할 국민주의자” 라고 비판한 데 대해, 저자가 마루야마의 정치이론을 한나 아렌트의 공적 영역론을 통해 재해석하면서 방어하고 나선 부분이다. 저자는 “오히려 보편성을 부정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논리야말로 글로벌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우파 지식인의 내셔널리즘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학을 ‘도덕철학’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현대의 경제학이 형식적인 수리과학의 길을 걸어온 나머지 인간에 대한 고찰이 빠진 경제학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제행위의 주체를 쾌락의 극대화를 위해 소비를 결정하는 경제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생활하는 인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의 경쟁원리에 맡기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을 지나치게 완결된 시스템으로 본 결과, 시장 그 자체가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이며 하나의 사회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시장 만능주의야말로 케인즈 이전의 경제학으로의 퇴보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일본사회에 제기된 상반된 주장들이 대체적으로 자유주의의 두 가지 변종, 즉 자유방임주의(Libertarianism)와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의 대립 양상이라고 정리하고, 경직된 사고를 벗어나 자유와 공공성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을 부단히 창조해나갈 것을 역설한다.

(철학박사·일본 도쿄대 상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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