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비전 21세기]유전자 조작

  • 입력 2000년 1월 11일 22시 22분


복제양 돌리와 달리 루시라는 이름의 생쥐는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1998년 10월 26일에 태어난 루시는 캐나다 밴쿠버의 생명공학 회사인 크로모스 분자 시스템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크로모스 분자 시스템의 설명에 따르면 루시는 자손에게 전해줄 수 있는 인공적인 염색체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중대한 특징이 있다.

▼'주문형 인간' 가능▼

이 작은 생쥐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암시하는 바는 엄청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루시의 후손들은 부모가 자신의 아기를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중대한 전진을 의미한다.

질병치료와 불임치료를 위해 설립된 합법적인 연구소들에서 과학자들은 벌써부터 유전자 복제의 지평을 자꾸만 넓히고 있고 인간의 태아 간세포를 이용한 조직배양, 유전자치료법, 인공수정 방법 등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세기에 이러한 기술들이 한데 합쳐져서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 조작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대의 그레고리 스톡 박사는 이러한 유전자 조작법을 이용하면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지능이나 재능 등을 바꾸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평범한 방법으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이 무모한 짓으로 여겨질 미래가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 들어▼

유전공학 연구는 항상 사회적 윤리적으로 당혹스러운 문제들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유전자 혁명의 과실이 어떻게 이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실에 대한 접근권을 누구에게 허용해줄 것인가라는 질문만큼 복잡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세기에 우생학 혹은 인종개량은 권력이나 이념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미래엔 돈이 인종개량을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유하고 자식이 없는 부부들은 벌써부터 과학을 이용해서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수만달러의 돈을 지불하고 있다.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부부들은 아기에게 그 병이 유전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태아를 검사할 수도 있다. 프린스턴대의 리 실버 박사는 언젠가 의사가 예비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태아가 지금 현미경 밑에 있습니다. 암에 대한 저항력을 주는 유전자를 몇 개 첨가하는 게 어떨까요?”

하버드대의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한 루스 허바드 박사는 이러한 미래 예측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 그녀는 기형아가 생길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태아의 유전자 조작은 사실상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타고난 생물학적 특징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형아 생길 위험성 ▼

실버 박사도 유전적 특징은 약간의 장점을 제공하는 데 그칠 뿐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암에 저항하는 유전자나 음악적 천재가 될 수 있는 유전자를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일부 운 좋은 아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과학의 힘으로 다른 아이들에게도 같은 유전자를 제공해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버 박사는 “태아의 유전자 조작에 문제가 있다면 부자들만이 자식에게 더 좋은 유전자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 nytimes. com/specials/010100mil―gene―stolber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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