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건축은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을 대변하는 종합 작품이다. 이집트 문화가 피라미드를 남기고 그리스가 문화의 정수로 파르테논 신전을 자랑하듯이 건축은 어느 시대나 국가와 민족의 삶과 생각을 담는 문화의 척도가 되었다.
건축을 건설된 결과나 건설과정으로만 인식하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든 예술적 창의력과 통찰력, 조건과 기능의 분석과 종합, 기술적 해석과 적용 등의 피나는 작업과정이 있고 그러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책임지고 감당해내는 주역인 작가가 있다. 건축을 건설이나 부동산 또는 법정 인허가 업무로만 생각하는 것은 극히 왜곡된 건축의 일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축은 분명 소모품일 수도 있고 부동산적인 구조물일 수도 있으나 진정한 건축은 인간의 삶의 방식, 예술적 존엄성 등을 포용해 성취할 때 빛을 발휘한다. 건축문화는 그러한 가치들이 건축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자리잡을 때 꽃을 피울 것이다.
이러한 건축을 계획하고 그 형성 과정을 총괄 지휘하는 책임자를 ‘건축사’라고 부른다. 건축사에게는 법으로 정한 필요조건의 자격면허가 주어진다. 건축사에게는 건축행정 업무가 필수적으로 따르는데 그 과정에서 법적인 책임까지도 담당한다. 그러다보니 건축사는 건축 창작의 주역임에도 건축행정 업무의 매개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방패 역할까지 해야 하므로 때로는 건축주와 관 사이에서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일찍이 풍요로운 건축문화를 구가한 선진국에서는 건축교육에서도 건축 창작업무를 주목표로 하는 건축학교육과 구조 설비 시공 등 기술적 교육을 위주로 하는 건축공학 교육을 구분하고 있다. 건축학교육은 책임있는 능력 배양을 위해 주로 5년제 이상의 대학 학제를 채택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건축설계 업무도 국제시장 개방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었고 국가간 건축사자격의 상호인정 문제와 건축학 교육의 인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자격제도의 개편은 물론 건축학교육에서도 대학의 기본체제를 바꾸는 대폭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문화는 천년지대계이다.
건축문화의 해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00년부터 새롭게 뻗어나가야 한다. 건축을 더 이상 기술적 건설 결과물로만 보지 않고 건축사를 참 건축의 진정한 주역인 작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건축학교육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의구(대한건축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