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나오키상 수상작인 일본 소설 ‘여자들의 지하드(성전·聖戰)’. 제목대로 남성우월주의의 사회를 헤쳐 나가는 커리어우먼들의 활약상과 러브스토리가 주된 플롯이다.
왕춘복(이미숙 분) 강승리(김원희) 홍장미(윤해영) 오순정(아나영) 등 이름처럼 각각 우직하고 억척스럽고 공주같고 로맨스지상주의자인 네 명의 오피스레이디가 이야기를 꾸려간다. 여기에 정찬 이훈 등 네 명의 남자가 ‘일대일’또는 ‘일대다(多)’로 엮어진다. “로맨스 코미디를 지향하겠다”는 연출자 고흥식PD의 말대로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이들간의 다각관계가 흥미를 끈다는 것이 주위의 평.
하지만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함정도 있다. ‘퀸’의 낯익은 플롯은 역설적으로 이제까지 우리 드라마가 일본식 극적 구도를 얼마나 많이 참고해왔는지를 보여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복수의 여성캐릭터를 병렬배치해 이들을 남성들과 일대일로 연결시키거나 △힘겹지만 비극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커리어우먼들의 얘기는 최근 우리의 트렌디 드라마와 별다를 것 없는 구도라는 점. 마치 최근 일본 후지TV 오락프로그램의 판권을 구입해 제작한 MBC ‘이브의 성’이 그동안 우리 오락프로그램의 일본 방송의존도를 드러낸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제작진은 최근 “일본색을 가급적 배제해 우리식 드라마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소재빈곤에 시달리는 우리 방송가에 일본원작 드라마 제작이 하나의 의미있는 실험이 될지, 아니면 국적불명의 드라마 만들기가 될지 두고볼 일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