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신고하면 되레 귀찮아요』

  • 입력 1999년 7월 23일 19시 05분


23일 ‘경찰 신창원특별수사팀’이 설치된 부산 강서경찰서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임모씨(29·여)가 도난당한 물품을 확인하러 찾아왔다. 임씨는 그자리에 모여있던 기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도난품 확인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경찰은 임씨처럼 공공연히 도난사실을 밝히는 피해자는 극히 소수라고 설명한다. 신의 범죄사실을 밝히기 위해선 피해자들의 확인절차가 필수적인데 이를 숨기려 하거나 축소하려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23일까지 신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범죄는 절도 93건 등 총 97건. 경찰은 이 가운데 3분의1가량인 29건은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신의 진술에 따라 확인한 범죄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29건에는 5월31일 신에게 인질로 붙잡혀 2억9000만원을 뺏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라 인질강도나 지난해 5월27일 1000만원을 강탈당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 강도 등 비교적 손실액이 큰 사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경찰은 큰 돈과 귀중품을 털린 사람일수록 짜증스러워 하더라고 털어놓는다.

신이 1000만원을 훔친 서울의 한 빌라에 사실확인을 하러 찾아갔던 한 경찰은 “가정부로 보이는 사람이 ‘1000만원 정도야 없어도 산다. 신고하면 귀찮은 일만 생긴다’고 말해 기가 탁 막혔다”고 말했다.

1만달러를 털린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피해자는 “나를 피해자로 쓴 해당신문 기자를 고소하겠다”며목청을높이기도했다.

고액 피해자의 대부분은 피해사실을 신고해 돈이나 패물을 찾는 것보다는 어떻게 그런 돈과 패물을 갖게 됐는지에 대한 시선과 구설수 및 세무사찰을 피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명건<지방자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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