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클린턴의 성추문을 ‘옹호’하는 역할만 해온 고어나 힐러리측은 공화당의 공세에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힐러리는 그동안 남편의 ‘바람기’에 대해 각별한 인내와 자제를 보여 인기를 모았고 고어는 자신의 성실한 가장의 이미지때문에 클린턴의 성추문으로 반사적 이익을 얻은 케이스. 그러나 선거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고어는 맞상대로 등장한 부시진영에 몰리자 할수없이 클린턴을 정면 공박하고 나섰다.
▽고어는 최근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그는 아버지로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며 클린턴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배은망덕한 행위’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무리 배신을 당해도 절대로 뒤에서 총을 쏠 사람은 아니다”라는 평을 받던 고어다. 그러나 앞으로 힐러리까지 남편의 ‘바람기’를 무기삼아 표를 모으려할지 모른다. 선거가 ‘비정한’ 게임인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은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盧泰愚)후보측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길이라면 나를 욕해도 좋다”는 ‘허락’까지 했다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선거후 두사람의 관계는 결국 서로 상면조차 꺼리는 관계로 악화됐다. 내년 11월의 미국선거가 각별한 우의를 자랑해 온 클린턴과 고어는 물론 클린턴과 힐러리의 부부관계까지도 더욱 나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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