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오스카 쉰들러 부인 에밀리 쉰들러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29분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인물인 오스카 쉰들러의 부인 에밀리 쉰들러(91)가 영화 수익금의 6%를 요구하고 나섰다.

에밀리는 지난달 28일 독일의 ZDF TV방송에 출연해 “쉰들러 리스트가 93년 아카데미상 7개를 휩쓰는 등 대성공을 거뒀으나 나는 겨우 5만달러를 받았을 뿐”이라며 이처럼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에밀리는 “남편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내 역할이 가려졌다”면서 “나도 많은 유태인들을 구했다”고 은근히 남편을 깎아 내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에밀리는 96년 출간된 ‘빛과 그림자가 만나는 곳’이란 회고록에서도 남편에 대해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은 이기적이고 무정한 사람이었으며 유태인들의 생명보다는 공장에서 부릴 인력을 확보하는데 더 관심을 쏟았다”고 영화 스토리와는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반면 학살 자체에 반대했던 자신은 투옥의 위험을 무릅쓰고 병든 유태인을 치료하고 굶주린 이들에게 암시장에서 식료품을 구해 전달해 주었다고 했다. 어쨌든 쉰들러가 나치를 설득, 일부 유태인을 노동자로 데리고 있었던 덕분에 유태인 1천3백여명이 학살을 면한 것은 틀림없다.

에밀리는 47년 남편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정착했다. 74년 남편이 숨진 뒤 홀로 지내고 있는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쉰들러 리스트’영화로 덩달아 유명해진 그녀에게 작년부터 약간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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