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클라크의 「인공위성」

  • 입력 1999년 5월 30일 20시 12분


지구상의 생명체가 대기권을 넘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을 굽어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에 물체를 쏘아 올려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든 것은 지구가 태어난 지 45억년이 흐른 뒤였다.

1957년 10월4일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쏘아 올린 최초의 인공위성에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날 미국 대통령은 골프를 치러 갔지만, 그밖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라는 사건이 대단히 중요하고도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문기사의 제목들은 이 인공위성을 ‘달’이라고 불렀다. 어차피 달도 지구의 위성이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보다 앞서 인공위성의 용도를 생각해낸 사람이 있었다. 과학소설 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1945년에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무선신호를 전달하는 완벽한 구상을 발표한 바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1천년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발명’중 하나였다. 클라크는 한술 더 떠서 위성 TV계획도 발표했다. 텔레비전이 겨우 선을보인직후의일이었다. 물론 그의 구상 속에는 위성전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통신 시스템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난 후 클라크의 구상은 현실이 되었다. 지구는 이제 반짝이는 베일을 쓰고 있는 것처럼 인공위성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공위성은 사람들의 말과 그림을 여기 저기로 전달하고, 지구의 구석구석을 측정하고 감시한다. 3만7천㎞ 높이에서 지구정지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것도 있고 그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있다.

현재 하늘에 얼마나 많은 물체가 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하나 있다. 미국 우주지휘통제센터에 따르면 통신위성에서부터 우주비행사들이 실수로 잃어버린 장갑에 이르기까지 무려 8천여개의 물체가 지구의 하늘을 떠돌고 있다. 이보다 더 작은 물체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필자:제임스 글리크〓‘더 빨리:거의 모든 것이 계속 빨라지는 세상(Faster:The Acceleration of Almost Everything)’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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