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여성특집]완전한 평등까진 갈길 멀다

  • 입력 1999년 5월 26일 09시 03분


몇년 전만 해도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은 대개 남자와 관계를 맺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유토피아 작가들은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창조해냈고, 여성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직업은 수녀밖에 없었다. 평범한 여성들이 남성들과 같이 사는 세상에서 평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감지한 것은 지난 천년 중 극히 최근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남들 앞에서 술을 마시고 원피스 수영복을 입는 등 여성해방의 첫 징조를 직접 경험한 것은 20세기초에 태어난 소위 말괄량이 처녀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좋은 남편을 골라야 잘 살 수 있다는 여성의 운명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당시 여성들은 자신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여성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코르셋을 벗어버리고, 선거권과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효과적인 피임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결혼은 이제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20세기에 선진국 여성들은 꾸준히 앞을 향해 전진해왔다. 미국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20세기 초반 이후 계속 늘고 있으며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매년 배출되는 미국 학사 학위 소지자의 55%와 의대와 법대학생 중 거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들은 미국 기업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전체의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그러나 전세계 여성들의 삶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가족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또는 음란한 행동을 한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 남자 친척들에게 살해당하고 있으며, 동부유럽 여성들의 지위는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오히려 더 낮아졌다.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아직 완벽한 평등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여성들이 남성들과 똑같이 기업체의 관리자가 될 기회를 누리는 것은 2270년경에야 가능할 것이며, 의회에서 남녀 의원의 비율이 같아지는 것은 2500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여성들이 지금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 많은 힘을 갖게 되면 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은 무력의 사용을 싫어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데에도 호의적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경제적 모험을 두려워해서 경제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남성과 여성이 공평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면서 직장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우리가 지금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해답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60년대의 젊은 여성들은 서기 2000년이 되면 기술발전으로 생산성이 향상돼서 사람들은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이 꿈꿨던 사회는 아직도 요원한 꿈으로 남아 있다.

필자:게일 콜린스〓뉴욕 타임스 논설위원겸 ‘밀레니엄 북(The Millennium Book)’의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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