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검찰-최순영회장 「거래」의혹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45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리스트’가 검찰 주변에서 화제다.

최회장과 그 측근의 ‘입’을 통해 전직 보험감독원장 2명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신동아그룹의 비리에 관련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기관 간부들의 명단이 추가로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검찰은 말도 안된다며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무슨 사건만 터지면 리스트 운운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며 “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최회장의 일련의 태도로 볼 때 최회장이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갖게 된다.

최회장은 2월11일 구속 당시만 해도 1억6천여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수사에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구속된 이후 최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른바 ‘세풍’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97년 대선 당시 이석희(李碩熙)국세청차장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5억원을 줬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함으로써 검찰을 흡족하게 했다.

최회장과 그의 측근은 또 최근 이수휴(李秀烋) 이정보(李廷甫)전보험감독원장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시인했다. 최회장과 그의 측근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경제계에서는 최회장 소유의 대한생명에 대한 제삼자 인수문제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문제가 최회장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검찰 수사로 최회장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춰 진술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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