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 의지 안보인다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6일 발표한 정치개혁단일안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외쳐온 정치개혁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고, 공동여당의 선거전(選擧戰)을 겨냥한 노림수들만 담긴 협상 카드처럼 보인다.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를 ‘값싸고 효율적인 정치’로 바꾸어 놓겠다는 개혁의지와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정치비용을 줄이고 그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최대 과제다. 우리는 해묵은 정경유착 구조를 바로잡지 못함으로써 자원배분의 왜곡, 경제적 비효율을 차단하지 못한 채 마침내 국제 경쟁력과 신인도(信認度)를 잃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비극을 맞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번 단일안에는 ‘저비용 고효율 정치’를 위한 선관위나 시민단체 등의 충정어린 권고 제언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선거비용지출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액 이상은 수표나 은행계좌만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 지구당의 하부 연락소 폐지 같은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

정치의 투명성과 함께 정당의 민주화가 정치개혁의 한 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 공동여당의 단일안은 정당내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지역정당 보스들의 장악력을 정당명부제 작성과정 등에서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정당운영의 체질을 바꿀수 있는 근원적인 처방이 없이 당권을 쥔 총재들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공동여당의 단일안이 개혁적일 수 없고 지지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각론에 들어가서 정당명부제나 중복출마허용, 비례대표의석 상한 50% 제한 등이 모두 야당과의 협상에서 결론 나겠지만 위헌시비 등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당명부제는 지역정당 구도를 깨는 수단은 되겠지만 야당은 자기 ‘텃밭’만 잠식당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거기에 연합공천까지 가능하게 되면 공동여당의 전략에 완전히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역과 비례대표 동시 출마가 가능한 중복입후보제 역시 지역당 타파의 명분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지역에서 떨어져도 비례로 살아날 수 있어’ 중진들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권역에서 특정정당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의석수가 50%를 넘지 못하게 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는 특정권역에서 특정당의 의석독점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위헌소지조차 있다는 지적이다. 표를 많이 얻어도 의석을 가질 수 있는 한도가 정해짐으로써 ‘국민의 선택권’을 왜곡하고 경쟁의 원리에 역행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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