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변화하는 10대]김현진씨 인터뷰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네 멋대로 해라’. 이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쓴 김현진(18·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1년)에게는 여러 개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고교 자퇴생, 최연소 웹진 편집장, 영상원 최연소 합격생, 영화감독 지망생….

제도 교육을 거부하고 자퇴를 하다니, 엄청나게 공격적인 투사형일 것같지만 그는 “범생이도 날라리도 아닌, 딱 중간에 있던 평범한 아이들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이라고 자신을 담담하게 설명했다.고교 1학년이었던 2년전, 자퇴를 결심한 이유는 영화를 찍겠다는 단순한 소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 꿈을 심어주기는 커녕 꿈을 꺾는 학교에서 받은 상처가 그에게 ‘네 멋대로 해라’를 쓰게 했다.

“요즘 고1 야간자율학습이 없어진 거, 학교안에서 다양한 특별활동이 조금씩 가능해진 걸 보면 정말 부러워요.”

하지만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공부 잘하는 것만 잘난 게 아닌데, 다 제 나름대로 잘난 맛에 사는 법을 학교가 가르쳐줘야 하는데 학교는 너무 뒤떨어져 있어요.”

책을 내고난 뒤 그는 또다른 벽에 부딪혔다. 숱하게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 ‘모범생인 우리 애가 갑자기 학교를 안가겠단다. 네가 좀 설득해줄 수 없냐’ ‘어떻게하면 자퇴를 하고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아이들의 고민을 알려고 노력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기보다 그저 ‘직선코스’에서 벗어난 데 대해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는 어른들이 정말 싫다”며 진저리를 친다.

“모든 사람이 다 급행열차를 타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완행열차를 타고 빙빙 돌아가면서 창밖의 꽃도 보고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는 것이 사람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왜 직선코스로, 급행으로 빨리빨리 가라고만 하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는 곰 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남들은 내가 ‘닫힌 교문을 열며’같은 사회성 영화를 만들것 같다고 하지만 사실은 ‘귀엽고 예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살아야 할 나이에 못그랬으니까….”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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